행정자치부가 공무원연금의 잘못된 급여 구조를 바로잡는 개혁안을 마련하면서 엉뚱하게도 공무원의 정년 연장을 들고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연금개혁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정년 연장으로 보상해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어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보도에 따르면 행자부가 마련 중인 방안은 공무원에게 연금 주는 시기를 현재 60세에서 65세로 늦추고 급여율을 소득의 76%에서 50%까지 낮추는 대신, 정년을 현재 54~62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국민연금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뀐다면 공무원연금은 ‘더 늦게 덜 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비율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좀더 검토가 필요하지만,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고 급여율을 낮추는 방향만큼은 제대로 잡혔다고 하겠다.
하지만 문제는 정년 연장이다. 본말이 전도된 이 아이디어가 현실화된다면 연금개혁은 무의미해진다. 연금 개혁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대로 두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6천7백억원, 2010년엔 2조1천4백30억원으로 늘어나고 2020년 8조9천8백90억원, 2040년엔 무려 24조1백5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진다.
현행 법령은 이 돈을 전액 국민세금으로 메워주도록 돼 있으니, 국가 경제가 거덜 나지 않으려면 개혁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의 정년을 늘리면 그에 따라 국민세금도 늘어난다. 길어진 근무기간만큼의 봉급과 연금보험료를 국가가 추가 부담해야 한다.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셈이다.
공무원은 잘릴 걱정 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직업이고, 퇴직하고 나서도 보통 시민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까지도 공무원 되는 게 꿈이라는 것이 요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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