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으로 위 절개수술을 받은지 5년 정도 지난 안병민(65·가명)씨는 얼마 전 감기에 걸려 병원에 다녀왔다.
점심 식사 후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려고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약중의 하나가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처방전이 없어 무슨 약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약을 쪼개서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곧장 약국에 전화해 그냥 복용해도 괜찮은지 확인까지 했다. 약사는 의사 처방대로 약을 조제했고 별 문제 없다는 말로 안씨를 안심시켰으나 감기약 처방에 그동안 반으로 쪼개진 약을 받은 적이 없던터라 안씨는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안씨의 의심처럼 1/2이나 1/4로 쪼개진 약은 약효가 떨어지거나 정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을까?
일선 약사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약의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위가 아닌 장에서 흡수되는 장용정이나 몸에서 서서히 작용하는 서방정의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E약국의 문모 약사는 “보통 일반적인 약은 위에서 분해되는데 장에서 녹게 만든 약을 잘라서 조제할 경우 입안에서부터 약이 흡수되므로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용정의 경우에는 위에서 흡수될 때 생길 수 있는 위장 장애를 막기 위해 코팅을 했기 때문에 약을 쪼갤 경우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말 그대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어 작용시간을 길게 한 서방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약을 자르거나 가루로 만들면 약효 지속시간이 그만큼 단축돼 서방정 제형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
일반 정제는 약효 지속시간이 보통 4∼5시간 정도이지만 서방정은 약물의 방출 속도를 조절해 8시간 정도 작용하도록 만든 제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을 쪼개거나 가루로 만들어 복용할 경우 흡수되는 용량이 갑작스레 증가해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의사들이 일부 약을 잘라 처방하는 이유는 뭘까?
문 약사는 “가끔 의사들이 처방한 약의 제형에 대해 인식을 못해 실수할 경우가 있다”며 “그럴 경우 의사에게 연락해서 상의하거나 환자에게 주의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혈압 등 위험한 질환과 관련된 약의 경우에는 환자들은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약들은 용량과 복용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칫 실수로 잘라서 먹을 경우 부작용에 노출되기 쉽다. 환자들은 물론 의료전문가들이 처방하고 조제한 약을 믿고 복용해야 하겠지만 자칫 실수로 잘못된 처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약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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