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주유 중 엔진정지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행정당국의 단속도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2006년 1월 소방방재청이 엔진의 스파크로 인해 주유소 내 휘발유 유증기에 착화되는 화재사고를 막기 위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벌 근거를 마련해 시행됐다.
취재진이 최근 수주일 동안 광주(5곳), 담양(2곳), 장성(2곳), 화순(2곳)지역 여러개 주유소를 돌며 휘발유를 주유해보기도 하고 주유시 확인해 봤으나 ‘주유중 엔진정지’ 푯말만 있을 뿐 주유 전 엔진을 꺼달라고 요구하는 곳은 단 몇군데 밖에 없었으며 주유차량들도 엔진을 끄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한 주유소 직원은 “시행 초기에는 엔진정지에 대한 요구를 했지만 손님들이 불쾌해 하거나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엔 사실상 자발적으로 운전자가 끄는 경우가 아니면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도에 대한 단속 적용이나 방법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유소 측에서 엔진정지를 요청해도 고객이 이를 거절할 경우는 고객에 대한 처벌은 없고 일방적으로 주유소에만 행정처벌을 내리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경유를 쓰는 버스·화물트럭·승합차와 휘발유를 사용하는 터보 인터쿨러엔진 장착 차량은 엔진보호를 위해 주행한 뒤 2분여간 공회전 후 시동을 끄도록 돼 있어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주유소 대표는 “법 자체가 주유소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행정당국에서 꾸준한 계도와 홍보로 시민의식을 높이는 방안으로 세워져야 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사정 탓인지 제도가 실시된 지난 1년 동안 광주 관할소방서가 주유소 엔진정지에 대한 단속을 나간 경우는 전무하다.
소방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 이후 엔진 정지 준수 여부에 대한 표본조사를 한 결과 타 시도에 비해 제도가 잘 지켜지는 것으로 중앙에서 판단해 일부 지켜지지 않은 타 시도만 단속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별도 지침이 없어 단속을 한 적은 없지만 현재 지속적인 홍보와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에는 자동차 등에 주유할 때 원동기(엔진)를 끌 것을 명시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주유취급업소에 과태료(1회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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