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승부사’ 김호철(58) 감독이 2년 만에 친정팀 현대캐피탈로 돌아왔다. 복귀 이유는 하나다. 리그 우승이다.
현대캐피탈은 24일 새 사령탑에 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차기 감독직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지만 3시즌 연속(2010~2013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현대캐피탈에 김 감독 이상의 대안은 없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현대캐피탈을 지휘했다.
2005~2006, 2006~2007 시즌에는 ‘절대 강자’ 삼성화재를 격파해 2년 연속 V-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을 남자 프로배구 ‘명가’ 반열에 올려놓은 김 감독은 이후 라이벌 삼성화재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시즌 연속(2007~2010시즌) 고배를 마신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해설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잠시 코트를 떠나있었던 그는 지난해 와해 직전에 있던 러시앤캐시(우리카드로 인수)의 감독직을 수락하며 복귀를 알렸다. 1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김 감독의 지도력은 오히려 한 단계 더 발전해 있었고 시즌 중반 이후 ‘호철 매직’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배구판에 돌풍을 일으켰다.
자신의 능력을 재확인시킨 김 감독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캐피탈을 구하기 위해 ‘특급 소방수’로 나섰다. 2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다시 현대캐피탈로 돌아오게 돼 정말 기쁘다. 2년 동안 밖에 나가있었지만 내가 오랫동안 가르쳤던 선수들이 몸담고 있는 현대캐피탈에 항상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내새끼’들과 다시 함께 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의욕도 넘친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배구계 최고 명장인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타 구단들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현대캐피탈이었다. 옛 정도 어느 정도 작용을 했지만 구단이 제시한 명확한 비전이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여러 팀에서 손짓을 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현대캐피탈이 제시한 비전과 내가 추구하는 배구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복귀를 결심하게 됐다”며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팀인 만큼 친숙함도 있었지만 정태영 구단주가 나를 찾아와 ‘힘을 합쳐 명가 재건을 해보자’고 했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시즌 ‘김호철 효과’를 톡톡히 봤던 우리카드는 김 감독의 잔류를 원했지만 결국 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던 김 감독 역시 한 시즌 동안 함께 고생하며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던 우리카드를 떠나온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이 많았다. 선수들과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많은 성과들을 만들어냈는데 1년 만에 팀을 떠나게 돼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지난 시즌 돌풍은 모두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인 만큼 올 시즌에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팀의 개혁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정신력 재무장’을 선결 과제로 내세웠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팬들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무기력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며 “이것은 누굴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내게도 잘못이 있다. 조금 더 좋은 팀을 만들어 놓고 하종화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더라면 상황은 훨씬 나았을 것이다. 내가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 것 같아 고생을 많이 한 하 감독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경기를 잘 치르지 못했다고 본다. 이는 성적과는 무관하다. 우승을 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우승 후보로 불리기에는 뭔가 조금씩 부족했다. 우리가 예전의 명성들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재무장을 해야 한다. 우리 팀 평균 연령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준비만 착실히 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장’과 ‘명가’가 다시 만난 만큼 현대캐피탈에 거는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김 감독 역시 이 기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해내겠다는 욕심만큼은 팬들의 기대 이상이었다.
김 감독은 “구단은 내게 배구 명가의 재건을 요구했고 나는 이를 이루기 위해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직을 맡은 이상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우승을 하기 위해 현대캐피탈에 돌아온 것”이라며 “현재 남자배구에서 독주를 하고 있는 삼성화재를 뛰어 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선수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나누며 팀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수석 코치로 내정된 박희상(41) 전 러시앤캐시 감독과 새롭게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박 코치는 나이가 어리지만 굉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지도자다”며 “박 코치와 내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가며 선수단을 이끈다면 머지않아 팀 내에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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