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말을 할 때는 자신의 인격이 실린 말을 해야 하며, 인격과 괴리되는 말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여서 쓸데없는 말에만 열중하는 것을 책망했다. 즉 여럿이 모여서 온종일 말하는데, 옳음에 미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도덕적 의무를 망각하는 말하기는 도덕을 벗어나게 할 수도 있다. ‘덕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말이 참되다’는 언급이 바로 이런 뜻이다.
공자는 유익한 세가지 즐거움 중 하나로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말하는 즐거움’을 제시했다. 이것은 도덕적인 인격의 향상에 도움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군자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말하는 사람을 미워한다”고 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기만을 일삼는 사람은 스스로 말하기의 도덕적 의무를 저버리고 도덕적 수양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발언 파문 이후 간신히 잠잠하더니 야당 이모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다시 술렁이고 있다. 국회의원님들은 말씀을 삼가야 한다.
이모 전 대표는 지난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촉구 대전·세종·충북·충남도당 당원보고대회’에서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 김재규가 누구인가”라며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 이제 끊어달라”라고 말했다.
이모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이라 부르면서 ‘당선 무효 투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가벼운 언급에 ‘당선 무효’라는 단어까지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여권은 불쾌한 감정을 넘어 차라리 개탄스럽다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이모 전 대표를 겨냥해 “국민의 뇌리에 많이 남아 있는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은 끝까지 말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 76명은 성명을 발표하고 “총리까지 지내신 분께서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라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 양당이 서로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데 서로 고민해봐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모 전 대표는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새삼 역사에서 끄집어내 그 유자녀인 현직 대통령과 얽어 저주하듯 말했다. 너무나 부끄러운 말이다.
인륜과 정치 도의를 논하기에 앞서 그가 모신 대통령의 참담한 죽음을 벌써 잊지 않았다면 그런 허튼 언사는 스스로 삼갈 일임을 일깨우고 싶다.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의 분별과 지각이 아쉽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정치는 양식과 도의(道義)를 아는 국민이 용인하기 어려운 막말과 저주가 넘쳐난다. 민주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서로 ‘독재자’니 ‘반역의 대통령’이니 비난하는 것 쯤은 예사롭다. 인터넷 댓글에 ‘천벌’과 ‘자업자득’을 마구잡이로 떠드는 것을 본받듯 대통령의 죽음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비열하고 사악한 정치로 앞 다퉈 치닫고 있다.
하지만 방송 앵커로 뜬 국회의원이 국정원장을 ‘미친 놈’이라고 욕하고, 국정조사 위원이 도지사를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와 비슷하다’고 막말하는 것은 큰 뉴스도 되지 못한다.
말과 글을 정제, 탁마하는 것을 업으로 내세운 문인(文人)을 비롯한 지식인들이 정치 안팎에서 스스럼없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공자는 도덕적 인격자가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를 설명하면서 “말을 할 때는 성실함을 생각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덕이 있는 사람은 논쟁적이지 않고, 늘 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지금부터라도 말에 대한 신중한 태도와 함께 겸손한 자기 표현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정치와 언론과 지식인들은 함께 무책임한 트위터를 닮는 것이 제 존재를 위협하는 짓 임을 알아야 한다. 하루속히 역겨운 막말 유행병을 모두 서둘러 치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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