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요칼럼>초록빛, 여름은 희망이다 |
2013년07월25일(Thu) |
| 박상주 객원논설위원·시인 |
폭염 때문에 몇 날 며칠째 날씨가 찜질방에 들어앉은 것처럼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물줄기처럼 퍼 붓는 햇볕, 그 아래에 나가면 마른 솔 가시로 얼굴을 콕콕 찌르는 것 같다.
무더위가 있기에 시원한 소나기 한줄기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다른 지방에는 폭우가 내린다고 하는데 우리 지역은 조금만 찔금하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
수분이 모두 증발된 지금 광주천이 확 씻겨 내려가도록 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나기기가 아쉽다. 최근 대서와 중복이 무더위 속에 지나갔다. 음력 유월에는 내리쬐는 햇볕으로 초록빛 농작물이나 녹황색 야채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옛 웃어른들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 개천에서 고기를 잡거나,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함을 즐기며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먹고 햇과일로 영양소를 보충했다.
지금은 잊혀져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농사일을 하지 않으니 당연할지 모른다. 농경사회에서는 삼복더위에 큰 명절은 복날이다.
올해도 복날은 열대야와 함께 휘영청 밝게 지나 갔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하고, 반딧불이 온 들을 날아다니고, 지구 온난화 걱정 없이 열대야를 모르던 유년시절. 그같은 날이 반세기가 가기 전 온난화현상이 전 세계의 문제로 대두되면서 모든게 잊혀져가는 진행형에 쌓여있다.
유년을 지냈던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사회로, 정보사회로, IT사회로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그 옛날 역사의 민속자료 속으로 묻혀 가고 있다.
농경사회의 농작물은 벼가 대부분이었다. 뜨거운 햇살아래 넘실거리던 초록빛, 키 재기를 하던 벼들이 하루에도 목을 빼 올리듯 무럭무럭 자랐다. 유월 유두를 지나 대서와 말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지금도 기억 속에 미나리처럼 아직도 새파랗게 살아 있다.
온 산천이 초록빛일 때 같이 즐기는 아름다운 절기며 풍습이다. 이는 마치 힘 있는 정복자처럼 초록으로 뒤덮는 계절, 그리고 가장 덥다는 대서가 지나가고 이어 말복이 들어있어 더위는 계속된다. 사람은 좀 불편하지만 곡식에게는 날씨가 더워야 한다.
여름빛은 초록이어야 하고 초록빛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불쑥 불쑥 등을 밀어 올리는 아청빛 숲들, 우리 생명의 에너지며 원천이다.
무덥고 뜨거움으로 크는 것은 더욱 크고, 익힐 것은 골고루 익히고, 다채로운 여름 꽃을 피우는 것이 초록빛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크게 울어대는 개구리의 울음소리, 풀벌레소리 등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풀벌레들이 내는 작은 음향으로 초록빛이 움찔거린다.
팔거천을 내려다보는 새 그림자에도 초록빛이 묻어난다. 풍선처럼 넉넉한 느낌이 좋다.
돌담위의 돌도, 발에 차이는 작은 흙 부스러기도 뜨거운 숨을 내쉴 것 같다. 짧은 여름밤 무더위에 잠들지 못하고 모든 생명들이 살아 움직이며 소란스럽다. 초록빛이 내 품는 기운이 풋풋하고 야성적이고 싱싱하다. 불끈 힘이 느껴지는 희망의 계절이다.[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