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가도 폭염과 열대야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낮에는 찌는 듯한 더위에 땀이 줄줄 흐르고, 식지 않은 열기는 고스란히 밤까지 이어진다. 쉽게 내려가지 않는 기온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잠못 드는 밤은 결국 다음날 능률 저하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올 들어 열대야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광주·전남의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6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30도를 넘어 가고 있다. 오늘은 좀 시원하겠지! 밤이 되면 낮보다야 시원하겠지! 오늘쯤은 비가좀 오겠지! 모든 예상은 빗나가고 더운 공기가 한결같이 숨통을 죄고 있다.
서민들이니 더욱 답답하다. 경기가 좋지 않는데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유가는 차 핸들 잡는 것마저 공포로 몰아넣는다. 옛날에는 오만원 어치 주유하면 그래도 자동차의 오일계기 눈금이 제법 올라가 있고 웬만한 거리 왕복은 충분히 되었으니 가장으로서의 체면유지는 되었는데, 지금은 한눈금 정도 올라간 계기판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어쩔 수 없이 중간에 기름을 보충하는 수밖에 없어 가족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처럼 먹을 것이 풍요로워야 나누어 먹을 수 있으며 남에게 인심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각박하니 여유마저 없어지고 더위에 지친 몸 짜증이 더한다. 그렇다고 밤낮으로 에어컨을 켜놓을 수도 없고 선풍기를 틀어 봐도 시원한 바람은커녕 더운 바람이 왔다갔다 할 뿐이다.
궁하면 방법을 찾게 된다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밤시간 자연바람을 찾는 것이다. 산책장소에는 열대야를 이기지 못해 나온 사람이 많다.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돗자리를 펴고 음식도 같이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습이며, 연인들의 데이트도 정답다. 좁은 돗자리에 온가족이 마주한 모습은 훗날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추억이 될 것이다.
날씨가 무덥지 않았다면 아빠는 거실에서, 엄마는 TV 앞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컴퓨터나 자기할 일에 빠져 독립된 시간만을 가졌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 볼 때도 우리나라의 기후가 예사롭지 않음을 인지하고 또 많이 회자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남·북극의 빙하가 줄어들고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기온이 올라가니 오존층이 파괴돼 먼 훗날 우리의 지구가 후손에게 어떻게 전달될 지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전 우주인 이소연이 “지구는 아름다운 파란 마블같다”가 생각난다. 지구는 소중하다. 아열대같은 기후 속에서도 더위를 이기는 비결은 에어컨도, 선풍기도 아닌 자연의 숲이요, 계곡임이 판명되었다.
숲은 사람의 허파요, 계곡의 물은 온갖 자양분을 실어 나르는 피다. 더위를 피해 자연과 가까이 해 보면 자연의 위대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열대야를 피해 자연과 함께 하고 후손에 물려줄 귀한 보물을 오염되지 않게 깨끗이 정리해 주는 지혜도 보여줘야겠다. 열대야가 극성이지만 멀지 않아 시원한 가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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