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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칼럼-가 슴 |
2013년08월29일(Thu) |
| 박상주 객원논설위원·시인 |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은 ‘냉철한 머리, 그러나 따뜻한 심장’(cool head, but warm heart)이라고 말했다. 머리가 이성(理性)의 자리라고 한다면 가슴은 양심(良心)의 자리요 심경이 깃들이는 곳이다.
우리의 머리는 명석하고 냉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은 따뜻하고 순결해야 한다. 가슴은 인생의 높고 깊은 것을 상징한다. 우리는 인생의 지극한 희열을 느낄 때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났을 때, 그의 가슴은 몹시 설레었다. 우리는 인생의 큰 슬픔을 쥐었을 때 가슴을 치고 애통해 한다.
애제자(愛弟者) 안연이가 젊은 나이에 불의의 요절을 하였을 때 공자는 ‘아아 하늘이 나를 망쳤다’고 가슴을 치고 통곡하였다. 머리가 아픈 경우와 가슴이 아픈 경우는 다르다. 인생의 복잡한 문제에 부딪칠 때 우리는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그것은 명철한 지적해결을 요구하는 경우다. 믿고 아끼던 제자가 은 삼십량에 눈이 어두워서 스승인 자기를 배반하였을 때 그리스도는 가슴이 심히 아팠다. 그것은 깊은 심정의 괴로움이었다. 우리는 죄를 범하였을 때 먼저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슴은 인간의 순결한 양심의 법정(法廷)이다. 가슴에는 심장이 있고 심장에서 동맥이 발한다. 정맥에는 검고 더러운 피가 맥없이 흐르지만 동맥에는 맑고 깨끗한 붉은 피가 힘차게 흐른다. 손끝으로 손목을 짚어보면 동맥의 힘찬 맥박소리가 들린다. 정맥을 끊어도 생명에는 관계가 없다.
플라톤은 그의 이상국가에서 가슴을 인간의 기력(氣力)의 자리라고 본 것은 깊은 통찰이었다. 인간의 가슴에는 용기가 깃들인다. 우리는 용기를 표시할 때 가슴을 앞으로 씩씩하게 활짝 편다. 천만인이 반대한다고 할지라도 양심에 아무 거리낌이 없으면 나는 내 소신대로 용왕매진하겠다고 맹자는 말하였다.
그것은 가슴속 깊은데서 우러나오는 용기의 말씀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슴 속에서 나온다. 인생의 깊은 것은 심장의 산물이다. 인생의 가장 성실한 것은 가슴 속에서 피어난다. ‘위대한 사상은 심정(心情)에서 발한다’고 프랑스의 모라리스트 보브나르구는 말했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있고, 머릿속에서 말하는 소리가 있고,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가 있다. 생명의 말씀, 감격의 언어, 진리의 로고스는 인생의 깊은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깃드는 양심의 엄숙한 소리와 밝은 빛은 인간의 도덕의 극치다. 가슴은 부처님의 출장소다. 가슴은 인생의 지성소(至聖所)다. 공자는 하늘의 소리를 들었고 소크라테스는 다이모니온의 소리를 들었고, 석가는 아트만의 소리를 들었다. 어디서 그 소리를 들었는가. 가슴속 깊는 곳에서 들었다. 진리의 소리를 듣는 장소는 가슴이요, 심장이다.
현대는 머리를 너무 중요시한다.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현대의 교육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가슴은 황량한 폐허처럼 매말랐다. 맑은 샘이 솟지 않고 푸른 나무가 자리지 않고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불모의 사막처럼 거칠고 윤택이 없다.
우리는 먼저 우리의 가슴을 맑게 해야 한다. 우리의 가슴을 깨끗하게 하고 푸르게 하고 훈훈하게 해야 한다. 마음이 맑은 자가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착한 자가 정토(淨土)에 들어갈 수 있다. 마음이 어진 자가 하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의 밭을 가는 것이다. 우리의 가슴을 바로 잡는 것이다.
정심성의(正心誠意)가 수신(修身)의 근본이라고 대학은 가르치지 않았는가. 우리는 어떤 가슴을 길러야 하는가. 우리의 가슴 속에 무슨 씨앗을 뿌려야 하는가. 우리의 가슴을 무슨 덕으로 가득 채워야 하는가. 우리의 가슴은 성실과 용기로 충만해야 한다. 착하고 어진 마음의 그릇이 되어야 한다. 진실의 나무가 싱싱하게 자라는 푸는 숲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의 가슴이 성실의 그릇이 될 때 우리는 가슴다운 가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가슴 속에 성실과 용기의 나무를 심자. 거짓과 비겁의 잡초가 아닌 성실의 용기로 가득찬 따뜻한 가슴, 그리고 용기의 맥박이 뛰는 씩씩한 인간의 바람직한 가슴을 갖자. 우리의 가슴에 성실과 용기의 두 글자를 아로새겨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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