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매를 맞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 교과서의 앞뒤를 살펴보면 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매를 맞아도 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심의 통과로 촉발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야권과 진보 진영에서는 5·16쿠데타, 10월 유신, 일제 강점기 서술 등을 두고 “편향적 사고를 유도하는 왜곡 교과서”라고 정면 비판하며 검증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에 새누리당과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오히려 좌편향 교과서가 자랑스러운 역사를 못난 역사로 비하한다. 좌파와의 역사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진영 간 역사 전쟁으로 비하하는 양상이다.
교학사 고교 역사 교과서는 우파 시각에서 쓴 것이다. 7종의 다른 교과서와 함께 검정 절차를 밟았다. 최종합격 판정에 앞서 금년 5월 본심사를 통과했을 때부터 좌파 세력의 집중 표적이 됐다.
민주당까지 나서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표현하고 있으며, 4·19혁명을 학생운동으로 폄하하고 5·16군사정변을 혁명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헛발질이자 사실무근이었다. 교학사 역사 교과서 최종본에는 ‘4·19혁명’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일부 세력은 지난 2일 교학사 교과서의 일반 공개가 이뤄지자마자 분석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역사학계는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일부 매체도 원색적인 비판에 나섰다. ‘곳곳에 오류가 있고, 사실을 왜곡한 것은 물론이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는 식이다.
일부 오류는 발견된다. 217쪽에는 ‘명성황후’를 ‘민비’로 적었다. 하지만 190쪽에는 몇 번에 걸쳐 명성황후로 나와 있다. 민비라고 쓴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역사연구회 등은 “교학사 교과서에서 사실 관계 오류나 역사적 사실을 편파적으로 해석한 것이 298곳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객관적 판단에서 나온 수치인지 의문이 들지만 교과서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절차를 정상적으로 통과한 교과서를 놓고 기존 역사학계가 자신들이 쓴 교과서로만 학생들이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고집하며 우파 역사관에 돌을 던지는 것은 독선이 아닐 수 없다.
좌파 역사학자들은 일제강점기 역사의 경우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편 인사들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국내에서 우리 민족의 실력 양성에 힘쓴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편향성을 드러냈다.
그것은 ‘중용적(中庸的) 사상’이 없기 때문이다. 중용적 사상이란 무엇인가? 무슨 일이나 극단에 흐르지 않고 과격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모자라지도 않고 지나치지도 않는 적정(適正)의 상태다. 불편부당(不偏不黨)하고 온건중정(穩健中正)한 것이다.
과대(過大)와 과소(過小)에 흐르지 않는 올바른 중간을 의미한다.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것이 중용적 사상인 것이다. 중용적 사상은 생활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천적 지혜요, 행동적 진리다. 무슨 일이나 극단과 과격에 빠져서 지나치면 그 결과가 좋지 않다.
좌파 역사학자들은 대한민국보다 북한체제의 정통성을 더 평가하는 경향도 보인다. 역사 교과서 기술은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한국사 교과서 8종 전체에 대해 수정 보완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 관계에서 잘못된 것은 철저히 바로잡되 검인정 취지에 맞도록 해야 한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 중 한명인 권희영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인류를 향한 개방성의 가치를 중심으로 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보자”고 말했다. 올바른 역사관이다.
이런 역사관을 가진 역사 학자가 쓴 검인정 역사 교과서를 채택해 학생들에게 역사 교육을 해야 한다. 역사는 ‘나라 사랑’을 가르치는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고교 역사 교사는 한국사 집필자의 역사관을 잘 파악해 교과서를 채택해야 한다. 좌파를 재생산하는 교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각 학교에서 자율적인 선택이 이뤄지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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