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자 정치권은 민심의 변화를 걱정하면서도 ‘제 논에 물 대기’ 식 해석에 바쁜 모양새다.
추석 민심은 한 마디로 정국을 정상화시켜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국회를 정상화시켜 불경기와 실업, 전셋값 폭등 등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경제난을 조속히 타개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추석 민심 향배를 주시하면서도 여전히 ‘내 탓’ 대신 ‘네 탓 타령’에 치우쳐 ‘정치 실종’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추석 민심 보고 간담회’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여기서 김한길 대표는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확인된 이상 원내 투쟁, 원외 투쟁 양쪽을 다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야당 협조 없이는 (국정 현안 처리가)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외투쟁 55일째인 민주당이 원내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것은 그나마 진일보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투쟁을 입법 투쟁과 연결시키면 국민들의 관심이 큰 전·월세 대책, 세제 개편안, 복지 확대 법안,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은 줄줄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다수 여당이라도 야당의 동의 없이는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MBC 여론조사에서 장외투쟁에 대해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66.7%)이 ‘지속해야 한다’(23.0%)보다 훨씬 많은 점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포용력을 발휘해 달라’는 추석 민심을 잘 헤아리기 바란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추석 기간 6~9%포인트 하락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걷고 국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정원 개혁 등과 관련해 퇴로를 열어 주는 융통성 발휘가 요구된다. 여당은 정치력 부족, 야당은 민생 외면이란 비판을 벗어나려면 정국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긴밀한 대화에 나서 국회 정상화를 서두르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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