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불가의 화두집 ‘벽두록’에 이런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 문자로 이걸 줄탁동시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두 사람의 대화가 상응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상응했다.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중단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핵실험을 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앞으로 엄격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이 최근 중국 상무부 등 4개 부서가 대북수출금지품목을 발표한 것을 긍정평가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의 ‘북핵 보유 반대’ ‘추가 핵실험 결연한 반대’ 표현을 두고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표현이 더 명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당시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선 입장차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이제 한반도에서 이런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무력에 의한 방법으로 풀수가 없기 때문에 이제 대화, 특히 6자회담 개최를 통한 조기 대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의 실제적 진전에 도움이 되고 안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단시일 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진정성 있고 성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지난번 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 주석에게 사의를 표했다.
또 “중국 정부의 건설적인 역할 덕분에 개성공단이 발전적 정상화를 하는데 합의했고, 남북 관계에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약속하고 사흘 전에 일방적 취소를 하는 바람에 평생 50년 이상을 기다려 온 이산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최근 한반도 긴장국면이 완화되고 있는 것을 두꺼운 얼음이 녹는 과정에 비유하면서 박 대통령이 전략적인 안목을 갖고 정세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DMZ 평화공원이 실현될 경우 지역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도 이 문제에 대한 수동적 제거를 위해 중국측이 할 수 있는 일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관련해서도 남북 관계 개선에 필요한 협조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정상회담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하고 진지했다. 정상회담은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이어 두번째지만, 지난달 러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20여분간 비공식 대화를 포함하면 세번째 만남이다.
박 대통령은 방중 때 시 주석이 선물한 서예작품에 쓰인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시 ‘등관작루’에 있는 ‘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밖에 까지 바라보려고 다시 누각을 한층 더 오른다)를 인용했다.
“방중 이후 양국관계가 한층 격상되고 있다”는 뜻에서다. 시 주석도 “이것 (세번째 만남)은 양국이 얼마나 긴밀하고 소중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화답했다.
일언이폐지하면 한·중 양국은 매우 좋게 발전하고 있다. 외교·국방·경제·무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기적인 대화 체제를 구축했다. 우호협력의 튼튼한 국민적 기반을 가지게 됐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만강의 사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8일 북한이 영변원자로 시설을 재가동했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수도권과 서해5도를 겨냥해 포병전력을 증강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유비무환’의 정신을 가지고 국방력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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