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의 두 번째 국정감사가 지난 14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국감의 피감기관과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이 역대 최대 규모다.
피감기관만 630곳으로 한 상임위에서 하루 평균 3~4개 기관을 감사해야 한다.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200명에 가깝다. 기업인 한 명을 여러 위원회에서 같은 사유로 부른 ‘중복증인’도 있다.
한 유통업체의 CEO는 ‘소비자 피해 사과 문제’ 때문에 산자위-환노위-정무위 등 3개 위원회에서 출석요구를 받았다. 대기업의 CEO가 똑같은 문제로 며칠에 걸쳐 국회 세 곳의 회의실을 들락날락해야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지난해 대선으로 날림국감을 한데 대한 반성으로 더욱 치열한 국감을 하겠다는 우리 국회의 각오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이 기업인, 언론인을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증인 채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년전에는 연예인이나 연예계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의원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해 증인채택을 이용하고, 특히 공공기관이 아닌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받는 기업인들을 정치논리에 의해 평가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국정감사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그 저의를 의심받을 뿐이다.
언론에는 일부 의원실에서 기업인을 증인명단에서 빼주는 대가로 상당한 금액의 후원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까지 보도됐다. 이쯤 되면 국정감사를 하자는 건지 국정장사를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번 국감에서 시장경제의 핵심가치인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증인채택을 자제하고, 여야는 국감 때문에 업무마비 상태에 빠진 630여 곳의 피감기관에 대하여 최대한 효율적인 감사를 진행하는데 진력해 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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