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을 확인하기 위해 무심코 들었던 달력이 뒷장으로 넘어가는 순간 바쁘게 하루를 보내던 나 자신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 달력은 11월에 있었고, 오늘은 12월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나는 작년 이맘때쯤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그리고 재작년 이맘때쯤은 내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 또 생각해보았다. '아, 벌써 12월이야? 시간한번 빨리도 가는군!" 하나같이 똑같은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낸 내 자신에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올해의 4계절을 모두 겪었고, 끝자락을 마주하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겪는 무한 도돌이표 같은 연말과 새해를 또 한 번 경험하고 있다. 한끝 차이일 뿐인데 연말은 후회를, 새해는 희망을 주곤 한다.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 다시 시작일 것 같은 새해에 대한 희망 말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는 없다. 어차피 후회하는 인생이라면 보다 덜 후회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살면 서의 적당한 후회는 나아감의 힘이 되지만 지나친 후회는 의욕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덜 후회하는 한해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용기를 내야겠다. 그런 용기로 지난 과거의 후회들로 스스로를 낙오자로 만드는 못된 생각을 이겨내고 좋은 마무리를 시작해야겠다. 내년에도 내 자신을 온전히 이길 수 는 없을지라도 무승부 근처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으니 그런 설레는 새해가 올 수 있도록 기다리자.
'곡선이 이긴다'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곡선 위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삶이 사색을 하라고, 깊은 통찰을 얻으라고 마련해준 곡선의 시공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만의 꿈을 깨닫는다. 그것 없이 외부에서 주어진 남의 꿈, 가공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질주하는 삶은 금세 정체될 수밖에 없다."
직진으로 질주하는 삶은 빠르다. 하지만 곡선의 삶은 보다 더 많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한 기다림과 인내가 만들어주는 그동안의 사색의 과정을 통해 주변을 보다 더 둘러볼 수 있고, 내가 살아감에 있어서 놓치고 가는 것들을 지켜주는 힘이 있다. 그리고 내가 겪어야할 후회를 조금 더 덜어줄 수 있을 것 이다.
어려운 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남은 한해를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새해를 기다려보자. 그렇게 천천히 살아가다보면 머지않아 큰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 '참으로 위대한 일은 모두 느릿느릿한 눈에 띄지 않는 성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류시 말로리)'는 명언도 있지 않는가.
이런 곡선의 삶에도 불구하고 곧 새해를 마주하는 설레임에 우리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며 한해를 잘 마무리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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