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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칼럼>하서 선생 도학적 경세사상 |
2013년12월09일(Mon) |
| 이준구(主筆·시인) |
하서 김인후 선생(1510~1560)의 학덕을 기리고자 건립된 장성 필암서원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 1일 장성군에 따르면 최근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2015년도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한국의 서원’이 선정됐다.
한국의 서원은 600여 개 서원 중에 장성 필암서원을 비롯해 영주 소수서원, 함양 남계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대구 도동서원, 논산 돈암서원, 정읍 무성서원 등 문화적 가치가 높은 국가 사적 9개 서원으로 구성돼 있다.
장성군은 필암서원이 2011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한 뒤 금년 4월에는 학술대회를 여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이야말로 김양수 장성군수의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고, 필암서원 유림들의 노고의 결정이라 하겠다. 선비의 고장 장성군이 필암서원을 호남정신 문화의 메카로 만들어 놓고 정의와 진리와 도덕을 재건하려고 전통+현대교육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만강의 사의를 표한다.
그럼 하서 김인후(1510~1560) 선생은 어떤 분인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뤘던 분으로 문묘에 모셔진 정몽주 등 ‘동국 18현’ 가운데 유일한 호남 인물이다.
하서 선생의 삶은 호남 절의의 근간을 이뤘다. 선생은 제자로 가르쳤던 인종이 갑자기 승하하자 관직에서 물러난 후 15년 동안 다른 임금을 섬기지 않고 초야에서 학문을 닦았다.
하서 선생은 호남의 유학자들에게 학문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생은 면앙정 송순의 문인이고, 송강 정철의 스승이기도 하다. 또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나 미암 유희춘 등 당대의 문장가들과는 사돈지간으로 학문과 교분을 나눴다.
특히 하서 선생은 퇴계 이황과 8년동안 ‘사칠논변’을 펼침으로써 조선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고봉 기대승의 학문에 대해 깊은 성찰을 했다. 아울러 계산 풍류를 노래한 1천500여 수의 한시를 남겼다.
선생이 5세 때 지은 한시 한수를 다음에 들어 보겠다. 그것은 한 편의 시만 보아도 인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보름달’이란 시다.
땅 형세 따라 높고 낮으며
천시로 말미암아 이르고 늦네.
인간의 말을 어찌 탓할까?
달은 본래 사정이 없는 게지.
이 시는 새해를 맞아 둥근 보름달을 보고 쓴 것이다. 과연 다섯살 나이에 어떻게 이런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를 꿰뚫어 본 것이다. 이 시를 본 당시 사람들은 천재의 작품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러한 깨끗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자연과 세상을 한점 사심없이 보았을 것이다. 따라서 하서 선생은 훗날 대학자로 대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 뿐만 아니라, 한글로 된 우리 민족시 시조도 남아 있다. 시조 한수를 다음에 들어 보겠다. 이 시조는 ‘자연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현재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에 있는 장성아카데미 하우스 앞에 시비로 세워져 있다.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물도 절로하니
산수간 나도 절로
아마도 절로 삼긴 몸이라
절로절로 늙사오리.
이 자연가는 지금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겨 암송하고 있다. 이는 시경(詩經) ‘위풍’에서 나왔다. 자연 도락의 경지를 읊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서 선생의 시세계는 시어를 통해 ‘도학사상’을 구현했다.
따라서 우리는 하서 선생의 도학적 자아와 예술적 자아가 하나의 합일된 그의 인격주체의 고양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시언지(詩言志)’가 그것이다.
그러면 하서 선생의 사상은 무엇인가? 인간수행론을 담고 있는 도덕적 경세사상이다. 도덕적 경세사상은 인류애와 생명애를 강조한 것이다. 우주만물을 향해 열려 있는 그 마음은 심지어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대해서까지 물아일체적(物我一體的) 사랑의 눈빛과 손길을 보냈다. 일언이폐지하면 하서 선생의 도학적 경세사상은 하나의 인간학이요, 그것도 실천적 인간학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성군수에게 다음 한가지만 주문하고자 한다. 노파심에서 군민의 여망에 부합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성군수는 필암서원에 초·중학생 한문교실을 개설해야 한다. 요즘에 학교폭력이 심해지고 있고, 불효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만으로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어려우니 한문교육으로써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장성군 당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적인 의무임을 인식하고 '하서 선생 도학'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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