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여럿의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해서 정의가 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걸인 한 사람이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너는 깊고 수많은 안방들 속의 사생활 뒤에 음울하게 숨어 지내는 우리를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쓸쓸한 찬바람이 지나간다. 그이가 봄과 함께 오셨으면 좋겠다. 그이가 오는 것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얼음이 녹아 시냇물이 노래하고 먼 산이 가까워 올 때처럼 그이는 은연중에 올 것이다. 너의 몸 송두리 째가 그의에의 자각이 되어라. 형은 이제부터 그이를 그리는 뉘우침이 되리라. 우리는 너를 항상 기억하고 있으며 너는 우리에게서 소외된 자가 아니니까 말이다.”
이 글은 무관심이 빚어내는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나의 무관심이 단지 나 하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한다.
‘안녕들 하십니까?’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며 젊은 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표현이다. 이를 본 수 많은 사람들은 ‘안녕’하는 사람과 ‘안녕하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어 나름의 방식으로 응답하고 있다.
모두가 안녕하다는 것은 이상에 가깝지만 안녕하지 못함이 여기저기 속출하며 이렇게 파장이 있다는 것은 분명 이 사회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 대학생의 질문을 시작으로 현재 쳐해 있는 사회적 문제들과 그동안 그것을 바라만 봤던 무책임했던 우리들의 행동에 일침을 놓는 의미 있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될 준비 보다는 좋은 직업과 보다 나은 삶을 살기위해 스펙 쌓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렇게 했음에도 불안은 더 쌓여만 갔다. 어른 연습을 하지 않고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도서관에, 그리고 학원에 청춘을 소비하고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 커져갔다. 김만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에 위안을 삼으며 그렇게 버텨왔다.
그렇게 자신만의 안녕할 미래를 위한 움직임 속에 내 이웃의 안녕 따윈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굳어져버린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마저 싸늘하게 변해버렸고, 그런 상황은 결국 갖가지 사회문제로 괴로워하던 당사자들에게 무관심으로 대응할 뿐이었다. 왕따 당하는 사회, 비정규직 차별, 아동학대, 고독사 등 부작용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런 무관심이 만들어낸 사회는 무미건조했고 도움을 요청하는 그들의 외로운 싸움을 방관하게 하였고 그들은 죽음으로 응답하였다.
누군가는 무관심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상대방을 가장 아프고 답답하고 숨 막히게 하는 그리고 가장 예의바르면서도 잔인한 방법’이라고 말이다.
모두가 투사가 되어 사회문제를 앞장서 해결할 필요는 없다. 어떤 희생을 치룰 각오 또한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최소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작은 관심 한 조각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하면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에게 나만의 ‘안녕’이 아닌 우리의 ‘안녕’한 사회가 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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