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상산고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 논란에서 백기를 들었다.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던 전국 16개 고교 중 15개 고교가 전교조와 야당, 역사교육학계, 좌파 시민단체, 일부 학부모 등의 십자포화를 못 견디고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파주 한민고도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전국 2천318개 고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하나도 없게 될 듯하다.
이번 사태는 학교 자율로 교과서를 선택하게 돼 있는 교과서 검정제도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낳게 한다.
학교마다 교과협의회, 학교운영위원회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교과서를 채택했지만 외압에 의해 철회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자율적 선택은 물론 교육의 자주성과 학교 운영의 자율성까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 광복 후 1945~1948년 사이 이념의 혼란기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좌파진영의 이념 공세를 우려해 전국 383개 고교는 역사수업을 고교 1학년 때 하지 않고 2ㆍ3학년으로 미뤘다.
일본, 중국과 역사 논쟁에서 패하지 않기 위해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자는 취지가 이렇게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며 새롭게 집필된 교학사 교과서가 엉성한 서술과 잦은 오류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좌편향 일색의 7개 교과서만 남게 됐다.
학생들이 특정 사관에 치우친 교과서로만 배운다면 대한민국 건국은 물론 6ㆍ25나 산업화 과정 등 현대사에 대해 왜곡ㆍ편향된 시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 사회 일부가 아직 다양한 시각을 용인할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면 교과서 검정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전문지식과 올바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 역사교과서내용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 사실 위주로 집필하는 것이 옳다. 한국사 교과서만큼은 다시 국정교과서 체제로 전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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