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학창시절 좋은 추억을 만드는 절호의 시간이자 기회이다. 학교의 규칙이나 지시 일변도에서 벗어나 그나마 자기가 하고 싶어 하던 것을 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정체성이나 개성을 찾을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난 1960년대의 농촌의 실상은 허기진 배 채우는 일이 최고의 과제였다. 그러니 여름방학이면 집안 농사일 돕고 잠시 여가를 내서 잠자리를 잡거나 시냇물에 첨벙 들어가 더위를 시키는 목욕이 즐거움의 극치였다.
그러나 이따금 재미있는 책이라도 입수되면 시원한 그늘에서 수십번 읽으면서 꿈을 키웠던 때가 생각난다.
농사일이 그렇게 없는 겨울방학에는 썰매를 만들어 얼음치기와 논밭둑에 불을 놓아 추위를 이겨보려고 했던 아련한 향수 속에서도 “공부를 해야만 살아갈 길이 있다”는 부모님의 말씀에서 교과서를 줄줄이 외우고 뜻 모를 시조를 밤새워 외우던 긴 밤의 겨울방학을 보냈던 그 때가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때는 시각이나 청각을 즐겁게 할 TV나 라디오도 없던 시절이어서 오로지 책에 의존하던 때였으니 머리속에 기억하려고 애썼기에 많은 것을 외울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눈으로 보고 표현하는 동영상으로 공부를 해도 잘 기억이 되지 않을 만큼 복잡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노래방에서 화면 배경과 함게 가사가 나오면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그것이 없으면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황이다.
노래방 기계가 나오지 않았다면 노트에 깨알같이 적어 그 노랫말을 외우려고 애를 써 기억해 두었을텐데… 방학은 학교공부 외에 색다를 경험의 기회이고 특히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기점이 크리스마스와 새해 그리고 설날로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꿈도 키우고 추억도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지금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겨울방학의 시작일이 변경되어 수십년 내려오던 전통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습관이란 만들기도 어렵지만 고치기도 힘든다.
여유있는 크리스마스도 가질 수 없고 새해 맞이도 숨가쁘게 보내고 또 등교를 해야 한다.
경제사정이 좀처럼 낳아지지 않아 가정을 우울하게 만드는데 자녀의 방학을 핑계삼아 가족이 훌쩍 떠나던 연말연시나 방학기간 동안 휴가도 엄두를 낼 수 없으니 스트레스를 풀 기회마저 줄어든 것 같다.
방학이 예전 같이 실시만 되었더라도 연말과 연시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보낼 수도 있었는데…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연휴를 최대의 공휴일로 꼽고 있음은 그들의 연하장 인사를 보면 언제나 “메리크리스마스 앤드 해피뉴이어”로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교육도 결국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위한 수단이라면 교육과정 운영하는데도 시대와 민족의 전통을 살리는 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방학 없이 한꺼번에 방학을 몰친다고 꼭 좋다고는 볼 수 없다. 방학의 기점에서 적당한 조화와 삶의 지혜도 생각해 봄이 어떨가?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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