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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한국금융, 정신 차려라 2014년02월11일(Tue)
 KT 자회사 직원이 협력업체와 짜고 벌인 3천억원대의 대출사기 사건은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에 이어 구멍 뚫린 한국 금융의 치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거울이다.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KT ENS 직원 김모씨의 범죄 행각이 100여차례나 지속됐다는 것 자체가 우선 개탄할 일이다. KT의 자회사여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설명에 이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은행 돈을 빌려 본 개인이나 중소기업 경영자는 대출의 턱이 얼마나 높은지 너무 잘 안다. 몸담고 있는 직장이 무명 회사이거나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이라면 심사는 더 빡빡해진다. 그러나 피해를 본 은행 등 10여개 금융회사는 대기업 자회사라는 간판을 믿고 차주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를 늦췄다.
대출자에 대한 기본적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이번 사기는 휴대폰 등을 납품받은 KT ENS가 매출채권을 협력업체에 발행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매출채권담보부대출(ABL)이지만 여기서의 매출채권은 가짜다.
대출사기를 잡아낸 곳은 KT ENS도, 모회사 KT도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이었다. 금감원이 지난해부터 모든 저축은행의 140만여개 계좌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여신상시감시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한 덕이었다. 내부 제보나 피해자인 은행, 저축은행 차원의 적발은 처음부터 없었던 셈이다.
피해 금융회사들도 할 말이 없진 않다. 매출 서류에 법인 인감까지 찍혀 있는 판에 위조매출채권임을 의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때마다 원금과 이자가 또박또박 들어왔다며 KT ENS의 내부 통제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고 받아치고 있다. 법정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한 조치겠지만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운영실태를 긴급점검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돈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맡긴 것이다. 24시간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낡은 관행에 얽매이고, 대기업 간판이면 걱정을 접고 보는 대출심사가 바로잡히지 않는 한 한국 금융에는 언제든 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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