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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정치 해야 한다 |
2008년02월04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경제를 살리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6% 수준으로 낮춰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단기간에 투자를 촉진해 성장률을 올리면 물가가 불안해지고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지난해 12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의 상한인 3.5%를 넘어섰고, 12월 중 경상수지는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적자 반전이 됐다. 게다가 올 초부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확산되면서 세계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현재 우리 경제의 상승세를 지켜 나가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편 많은 경제학자가 지난 10년 동안 연 4%대 성장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이므로 그 이상 성장하면 물가불안 등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는 정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정치철학을 확립하는 일이다. 철학 없는 정치는 마치 방향 키를 잃은 배가 항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비록 열심히 뛰더라도 결국 우왕좌왕하다가 혼란에 처하게 된다.
지금부터 대통령직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놓고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일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 교육’이 없던 일로 됐다. 이야기가 나온지 일주일도 안 돼서다.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하는 영어능력평가 시험에서도 한 발 뺐다.
2013학년도엔 읽기와 듣기 능력만 평가하고 말하기·쓰기를 포함한 전 영역평가는 2015학년도에 시행하겠다고 한다. 교육계의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학부모·교사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새 정부 교육정책이 벌써부터 삐걱대는 데는 인수위 책임이 크다. 선후가 뒤바뀐 정책을 쏟아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밑그림에 대한 설명도 없이 목표부터 불쑥 내놓는 꼴이다. 교육현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려 섣부른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반발에 부닥쳐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도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은 덕(德)과 재(財)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덕자(德者)는 본야(本也)요, 재자(財者)는 말야(末也)라. 외본(外本) 내말(內末)하면 쟁민(爭民) 시탈(施奪)이라.
덕은 근본이요, 경제는 말단이다. 근본인 덕을 외적(外的)인 것, 제2차적인 것으로 여기고, 말단인 경제를 내적(內的)인 것, 제1차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본말(本末)이 전도되어 결국 국민을 싸우게 만드는 결과가 되고 종말에 가서는 서로 빼앗는 사태를 일으키고 만다.
덕(德)과 재(財), 도덕적(道德的)가치와 경제적 가치는 인간에게 다 같이 필요하다 그러면 가치의 서열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덕은 근본이요, 경제는 말단이다. 덕은 인간의 목적가치요, 경제는 인간의 수단가치인 것이다. 우리는 본말(本末)과 선후(先後)를 전도하지 않아야 한다.
수단가치를 목적가치로 생각하고, 목적가치를 수단가치로 착각하는 것은 가치관의 전도다. 사람이 돈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이 사람을 위해 있다. 도덕은 근본이요, 경제는 말단이다. 정말 옳은 말이다. 새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을 원하고 있다.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4만달러 달성하는 것과 우리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과는 별개다.
돈 가지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에게는 돈을 가지는 것이 행복이고, 갖지 못하는 것이 불행인 것처럼 생각한다. 따라서 돈을 가지도록 만들어 준다는 말에 혹하기 마련이다. 돈을 가지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돈을 가지는 순간 욕심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더 많이 갖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한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갖기 위한 아귀다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불행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를 살리는 것만으로는 우리 국민을 행복으로 인도할 수 없다. 참다운 행복은 마음이 넉넉해질 때에 찾아오는 까닭이다.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것은 도덕이다. 최고의 지도자는 국민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 준다. 도덕을 확립해 온 국민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것, 이것이 정치지도자의 최고의 목표가 돼야 한다.
이러한 정치철학이 있을 때에 비로소 정치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통령 당선인은 우선 마음을 비워야 한다. 경제 살리기는 경제장관에게 힘을 실어 주면 되는 일이다.
당선인은 이제 증오도 반증오도 버려야 한다. 상대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며 공존 가능한, 타협 가능한 대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앙금을 털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여러 갈래로 쪼개진 국민을 통합해 화해와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선인은 덕(德)을 쌓아야 한다. 많은 공무원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공무원을 공적으로 여기지 않아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덕을 쌓는 일이 아닌가 싶다.
당선인은 덕치주의(德治主義) 정치를 해야 한다. 현대의 정치는 덕치주의에 가까우면 좋은 정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민주주의도 궁극에 가서는 덕치주의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에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선인이 중용(中庸)의 도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한다. 중용의 도는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중정(中正)한 것이요, 과부족이 없이 생각과 행동이 불편부당한 것이요, 모든 일의 적정 상태를 지키는 것이다. 중용의 도는 중간이란 뜻이 아니라, 꼭 알맞는 것이다.
중용의 도는 덕(德)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덕이다. 공부자(孔夫子)가 이른바 “중용지 위덕야(中庸之爲德也) 기지의호(其至矣乎)”가 그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인은 이런 덕으로써 정치를 하되 버릴 것, 고칠 것, 이어갈 것을 결정해야 한다.
당선인은 “매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사민(事民)정치를 펼쳐야 할 시점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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