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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노키오엄마 헬리콥터엄마 |
2008년02월13일(Wed) |
| 안용호<논설위원, 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문 교육을 한 철 받았다. 그 때 천자문 한 권을 다 떼었는데 책을 다 배웠다며 ‘책걸이’를 하였다. 우리 할머니께서는 시루떡을 하시고 청주를 만드신 후 서당까지 오셔서 떡을 나누어 주시고 선생님께는 청주를 대접하시면서 ‘우리 손자 아랫도리에 피가 나도록 많이 때리십시오’라는 당부말씀까지 하시고 가셨던 것이 어제만 같아 기억이 새롭다.
이어서 초등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마찬가지였다. 그 때는 선생님이 아이들의 성장과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성스럽고 고귀한 직업으로써 절대적 존경을 받았다. 혹여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켜 야단맞고 오면 집에서는 그 몇 배로 혼쭐을 냈다. 선생님이 혼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요즘의 부모들은 아주 다르다. 부모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져 많이 알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잘못을 쉽게 파악하고 따지며 학교일에 시시콜콜 간섭하기를 좋아한다. 더 나아가 선생님의 권한과 역할 전반을 뒤흔드는 위협도 불사하는 까다로운 학부모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
의 현실이다.
어린이들을 잘 가르치려면 실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학부모를 좋은 파트너로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한 교육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로 부모와 충돌하는 일은 아주 많은데 준비물, 숙제, 군것질, 체벌 등 생활지도 전반과 교육과정 운영의 일부에서도 그렇다. 특히 체벌은 경찰서에 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정도다.
필자도 B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피노키오 엄마를 만나서 곤욕을 치른 일이 있다. 피노키오 엄마란 아이의 거짓말만 믿고 외부의 어떤 상황도 믿지 않는 엄마이다. 자기 자식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엄마 말이다. 다른 학교는 가정 방문이 없었으나 그 곳은 교장선생님의 명령으로 가정 방문을 가게 되었다.
가정방문은 부작용도 있지만 아동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백운동쪽으로 안내를 받아 걸어서 가니 만진이네집이 나왔다.
다른 집을 방문하려 나올 때 차비를 주길래 전셋집에 살고 있어서 형편이 어려운 줄 알았기 때문에 안 받아 온 것이 화근이었다. 두 달이 지나서였을까. 국어 시간에 만진이가 손을 들었는데 끝 종이 칠 무렵이라 시켜주지 못하고 수업을 마쳤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전화를 건 것이다. 선생님이 자기를 미워하기 때문에 손을 들어도 발표를 안 시켜주었다고 전했고, 그 후 소위 난리가 났다. 엄마는 아이의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아이가 집까지 전화를 한 것은 식탁에서 ‘선생님은 너를 미워할 것이다’고 무심결에 한 배경지식 덕이었고, 다음 날 나는 교장실로 불려가는 몸이 되었다. 만진이 엄마가 있는 말 없는 말을 보태서 고발(?)을 했기 때문에 훈시를 받고, 누명에 대한 변명도 못하고 교실로 왔다.
그 후 만진이가 전교어린이회장이 되면서 모든 오해가 저절로 풀려 일단락은 되었다. 참 힘든 경험이었다.
또 헬리콥터 엄마를 만난 적도 있었다. 언제나 아이의 주위를 맴돌며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고 심지어는 학습준비물까지 배달하는 극성 엄마. 찬욱이 엄마는 수업 중에도 교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 엄마도 필자를 참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외에도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쯤에서 줄이기로 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겪는 엄마들의 유형은 아주 다양하다. 절차와 규칙을 무시하는 싸움닭 엄마, 교사를 협박하는 안하무인 아빠, 뒤에 가서 이말 저말로 교사를 골탕 먹이는 이간질 엄마, 무법자 베트맨 아빠, 이런 부모들의 심리 기저에는 ‘내 아이 만큼은 특별한 아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최고로 만들어야겠다는 교육적 사랑이 있다.
훌륭한 선생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가르침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학부모들을 상대할 전략(?)을 개발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하고 반성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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