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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멀은 작은 정부 |
2008년01월21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이명박 당선인의 정부조직 안(案)이 16일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행 18부4처로 돼 있는 중앙 행정조직을 13부2처로 축소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발표대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 통일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는 다른 부에 흡수되면서 폐지된다.
이는 유능한 정부, 작은 정부, 섬기는 정부, 실용 정부를 기본 방향으로 삼아 조직개편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 들어 옥상옥(屋上屋)의 비효율적인 행정조직이 너무나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지되는 부의 기능도 뜯어보면 국가 장래를 위해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특히 통일부와 해양수산부 폐지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통일부를 없애고 외교통일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표는 평화통일(平和統一)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망각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것은 국가·민족의 정체성보다 강대국 중심 외교를 앞세우는 천박한 실용주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인수위의 안(案)은 기본 통일부 기능을 경제교류와 남북대화 중심으로 크게 줄이되 이마저 외교정책의 하위 범주로 격하시키는 것으로 요약되는 까닭이다.
남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부서의 필요성을 아예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부 조직에서부터 평화통일이라는 가치를 실종시킨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인수위는 “통일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기가 막힐 일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평화적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제66조3항)고 돼 있다.
헌법 정신에 따라 1969년에 만들어진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과 남북대화, 통일교육·홍보 등의 업무’를 해 왔다. 군사 정권을 포함한 모든 정부가 통일부를 유지한 것은 분단국 국정에서 꼭 필요한 정치적 상징성을 유지·강화하고 평화통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무위원을 장으로 하는 전담부서가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1990년대 말부터 남북관계가 부쩍 진전되면서 통일과 관련된 실질적 업무가 크게 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통일부를 오히려 확대 재편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해양수산부 폐지는 ‘엑스포 차질 우려’가 있다. 2012년 여수엑스포 주관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국토해양부, 농수산식품부로 통폐합 방침이 결정된 까닭이다. 따라서 해수부 존치를 주장해 온 전남지역민들은 향후 엑스포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이 어떻게 달라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세계박람회의 중요성을 반영하지 못한 개편안이다”며 “해양수산부 사수를 위해 전국민 서면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여수 세계박람회의 생산유발 효과는 10조원 규모에 달하고, 2002년 월드컵 때의 2배인 8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海洋)은 고갈돼 가는 육상(陸上) 자원을 대체하는 미래 자원의 보고이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인류 생존 수단이다.
석유 매장량의 30%, 천연가스 매장량의 50%가 바다에 있다. 지구의 산소 75%, 육지 담수 36%가 바다에서 생성되며 인류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50%를 바다가 정화해 준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발 빠르게 해양 정책과 전략을 세워 추진 중이다. 특히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 등 21세기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해양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 한국도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해 통합 해양행정체제를 구축한 이후 해양과 해양과학기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그 결과 조선산업이 세계 1위에 오르고, 세계 네 번째로 6천m급 심해무인잠수정을 개발하는 등 세계 10위권의 해양력(海洋力)을 보유하게 됐다. 이제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성공적인 대회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남은 시간이 4년 반밖에 되지 않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까닭이다.
국회는 반드시 통일부와 해양수산부를 살려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마지막으로 입법부(立法部) 국회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새 정권은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밀어붙이면 다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국민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국회는 여야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국민에게 생산적인 새 정치모델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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