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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슬퍼하지 마라” |
2008년01월23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복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단독가구 126만여 호, 도시에 사는 노부부의 주요 생계수단은 폐지수집, 빈병 줍기, 봉투붙이기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 노부부가 하루 내내 열심히 모은 폐지는 1kg에 70원, 하루수입 3천~5천원 정도이며 빈병은 40원, 봉투붙이기는 10원~50원이다.
이런 노인가구중 10%만이 생활보호법에 의해 최저생계가 보장되고 있으며, 그나마 법적으로 부양자가 있을 경우 기초생활 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되고 있다. 하지만, 호적상의 자식일 뿐이고 생활고, 연락두절 등으로 부양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2006년 통계청 설문조사에서는 “부양책임이 노인 스스로에게 있다”는 응답이 부양자의 46.3%를 차지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결국 노인 가구 절반은 월 평균 50만원도 안 되는 생계비를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는 뜻이다.
복지부는 2006년부터 4천106억원을 투입해 환경미화, 지하철 택배, 도시락 배달 등 8만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으나, 그마저도 17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나이 먹는 게 죄는 아닌데 이상하게 죄인이 되는 것 같다”라는 한 노인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심지어 지난 2004년에는 치매 걸린 아내를 일 년간 뒷바라지 하다가 자신이 먼저 죽으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 끝에, 장례식 비용 250만원과 달력 뒷면에 쓴 유서를 남겨두고 할머니와 동반 자살한 할아버지도 있었다. 유언장에는 78년이나 함께 산 아내를 죽이는 독한 남편이 됐다며, 살만큼 살고 둘이 같이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내용을 남겼다.
국회는 이미 1981년부터 노인복지법을 제정하여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편의시설과 생활지원을 한다고는 했지만, 급속한 노령화 사회를 뒷받침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2000년 전면개정을 통해 복지수준을 향상시켰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원이 필요한 노인 숫자에 비해 그 혜택은 턱없이 부족했다. IMF 경제위기 이후 노인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져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더 늘어갔다.
국가가 복지 혜택을 베푼다면, 가장 먼저 이들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 또는 그 이상을 충분히 누리는 사람들에게 문화 시설이라며 중복 혜택이 가는 건 옳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70~80년대 단기간 고도경제성장을 이룬 국가에서 노인들은 그들의 젊음을 새마을 건설 현장에 받친 산업화의 주역들 이었다. 이들이 이뤄 놓은 열매를 후세대가 모두 가져가고, 그들에겐 쓸쓸함과 경제적 고통만 남겨진 것은 옳지 않다.
실제로 참여정부에서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경제성장보다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 나눔을 실현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임기동안 그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2007년 9월 국회에서 진통 끝에 노인 복지문제를 구체화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통과 되었지만, 여전히 그 혜택을 받는 노인 수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정부는 부족한 예산이 문제라고 하고, 국민들은 나와는 상관 없다라는 생각으로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인들의 자살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현실에서 어떻게 우리사회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자녀 한명씩만 낳는, 그마저도 회피하는 우리사회가 앞으로 더욱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 복지문제는 심각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옛말처럼 늙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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