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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대형 참사 2008년01월29일(Tue)
나경택<수석논설위원,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졸지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 폭발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방재 시스템이 후진국 수준임을 뼈아프게 재확인시켰다. 희생자 중에는 코리안 드림을 찾아왔다가 변을 당한 중국 동포도 13명이나 포함돼 있다.

화재는 인·허가 과정부터 진행된 불법과 편법, 공사 중의 안전불감증이 합쳐져서 낳은 대형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본부는 수사 발표를 통해 “코리아냉동측은 공기 단축을 위해 각종 불법행위와 편법을 동원했고, 공사 중에는 근로자의 목숨을 지켜 줄 방화셔터,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수동작동으로 돌려 놓아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참사 이후에도 대형 참사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소 외국인 보호시설 화재로 10명이 숨졌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때는 110명이 희생됐다.

특히 이번 참사는 1998년 10월 43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서구 매립지 냉동창고 화재 사건의 재판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참으로 난치병 수준이다.

정부는 2004년 대형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며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를 소방방재청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국민
의 안전의식과 실제 방재 효과는 나아진 것이 없다. ‘선진국 진입’을 말하기엔 너무나 부끄럽다.

불이 난 창고에선 지난 연말 벽면 등에 우레탄을 뿌리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우레탄은 단열, 보온, 쿠션용으로 쓰는 합성고무다.

소방당국은 우레탄을 시너로 녹여 뿌릴 때 시너에서 휘발됐던 유증기가 남아 있다가 여기에 불씨가 튀면서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삽시간에 연쇄 폭발과 함께 지하창고 전체로 불이 번진 것으로 보아 유증기가 지하창고에 가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증기가 찬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50명 넘는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 보통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 시너 유증기는 공구끼리 부딪쳐 튀는 불씨만으로도 불이 옮아붙을 수 있는 강력한 인화물질이다.

창고엔 작업용 LP 가스통도 여기저기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용접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원시적이어도 이렇게 원시적일 수가 없고, 무지하다 해도 이렇게 무지할 수가 없다. 사업주와 공사 감독자의 안전 불감증으로 수십 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된 것이다.

불이 난 뒤 지하에 갇혀 있던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재현장은 꾸역꾸역 나오는 유독가스로 소방관조차 접근하기 어려웠다. 119 구조대가 불이 난 지 3시간30분이 지나서야 들어가 시신을 수습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잊을 만하면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게 대한민국의 사고 유형이다. 발생 장소는 다르지만 원인은 다 같이 지켜야 할 기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전, 20년 전이나 나아진 게 없다. 희생된 한 사람 한 사람에겐 다들 기막힌 사연이 맺혀 있을 것이다. 사람 목숨을 이렇게 헛되이 희생시키는 나라가 경제규모만 커졌다고 해서 선진국이랄 수는 없다.

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우선 눈 앞의 이익과 편안함만 추구하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정말로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람이나 기관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획일적인 각종 안전 규정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처벌이 과태료에 국한된 것도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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