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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은 신의와 의리가 기본이다 |
2008년01월09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오는 4월 9일 치러지는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90여일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회가 잇달아 개최되는 등 실질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고 있다. 선거법상 의정보고회는 선거일전 90일까지 개최, 오는 9일까지만 의정보고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정보고회를 열고 홍보물 우편발송은 물론, 선거운동 기간에나 볼 수 있었던 길거리 홍보도 등장했다.
그런데 홍보물을 들여다보니 이상한 점이 보인다. 소속정당이 표기되지 않은 의정보고 홍보물이 상당수 보인다. 무소속인가 싶어 알아 봤더니,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라고 한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참패한 후,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의원들이 과거의 행적을 지우려고 했다는 것이다. 명색이 의정보고서인데, 소속 정당 표시도 없을뿐더러, 정당관련 활동 내용은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의원은 위험수위를 넘는 모습도 보였다.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당의장을 비롯한 고위직을 두루 거쳤던 그는 오히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도 실었다. 그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은 흔적도 없었다.
그가 홍보물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소속정당을 감추고 싶을 정도라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거나 탈당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혹시나 국고보조금이나 다른 셈법이 작용했다면,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 안희정씨의 출판기념회에서 유시민 의원은 “신의와 의리가 중요하다. 정치적 생명을 잃거나 죽는 한이 있어도 스스로 부정하고 과거를 모욕하며 살아남는 것은 죽느니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에서 실패한 이유는 이명박 당선자가 경제성장 논제를 선점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스스로 자멸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야심차게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은 4년 만에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대통령 탄핵 여파로 손쉽게 얻은 다수의석과 국정경험이 부족했던 386참모들의 정책실패, 그리고 민생돌보기 보다는 이념논쟁과 편 가르기를 좋아했던 독특한 시각이 원인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이름만 바꾼 신당을 창당했다. 열린우리당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대선에 임박해 허둥지둥 간판을 바꿔달았으니, 국민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문제점을 진단하는 대신,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발빼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완결판으로 의정보고서에서 소속정당을 지워버린 기막힌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치인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은 무엇인가? 유시민 의원의 말처럼 신의와 의리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친 세력이라면, 그들의 주군(主君)이었던 노 대통령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다 하더라도 자신들만은 배신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장은 불리하지만, 멀리 본다면 의리를 지키는 편이 유리했던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좋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하더니, 상황이 불리해졌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거리를 두는 모습에 국민들이 어떻게 믿고 국정을 맡기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그 공과를 역사에 의해 재평가 받겠지만,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사람들은 여전히 배신자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게 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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