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정치현실 앞에서 승패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계절, 치열한 경쟁의 끝자락인 만큼 승전자의 쾌거나 패배자에 대한 회한이 넘치고 있다.
승전은 1인자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그의 최대 조력자인 2인자에게는 암묵적으로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지위를 부여해 줌과 동시에 선거에서의 승리는 절대 권력의 정점에서는 1인자의 삶은 물론 영광을 함께하는 2인자에게도 확실한 보험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정치란 살아 있는 생물로 냉혹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2인자의 ‘행복시작’을 보장해주는지 여부는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아닌 쪽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는 실제로 지금껏, 2인자는 권력이 손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운신의 폭이 급격히 좁아졌기 때문으로 2인자를 향해 밀려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풍랑도 만만치 않다.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사성어(故事成語) 중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있다. 중국사 중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한신를 보면 초나라 항우를 누르고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유방의 일등공신 한신은 처음엔 공로를 인정받아 초왕의 자리에 봉해졌으나 비극은 유방이 한신의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서 시작됐다.
유방은 한신을 제거하기 위해 그의 가까운 친구인 ‘종리매’를 이용, 한신을 처형하고 만다. 유방 측 음모에 넘어간 결과로 한신은 죽기 직전 “과연 사람의 말과 같구나. 교활한 토끼가 죽으니 좋은 개는 삶겨지고, 높이 날던 새가 사라지니 좋은 활도 저장되고, 적국이 깨어지니 지략있는 신하도 죽는구나! 천하가 이미 정해졌으니 나도 진실로 삶겨짐이 당연하구나!”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어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역사에도 조선조 설립을 주도했던 삼봉 정도전이 권력의 암투 속에서 제거됐고 지난 두 정부에서 두번이나 당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남긴 비운의 ‘토사구팽’론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작금에 현실 정치론에 들어가 보자. 최근 ‘40% 물갈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도된 이방호 사무총장 입에서 볼 수 있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에서 항변하자 당선인측은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또한 강변했다. 이 역시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 하겠다.
이 말은 아무리 이런 말, 저런 말로 이명박 당선자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간의 갈등을 봉합하려고 해도 ‘이미 엎지른 물’과 같다는 뜻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된 지금에 와서 그녀의 위상은 명백히 달라졌다.
이는 앞으로 다가오는 작금의 총선판에서도 어김없이 ‘토사구팽’의 씁쓸함이 재연될 조짐으로 한나라당내 박근혜 전 대표의 근황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볼 수 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공천룰을 요구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맥없이 허공에 흩어지면서 2인자의 고독과 비정한 정치 현실이 감지되면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을 다시 한번 던져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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