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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이번기회에 체질을 바꿔야 |
2008년01월16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삼성그룹은 지난 15일 ‘비자금 특검’으로부터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에 이어 그룹 본관을 압수수색 당했다. 재계 서열 1위, 세계 브랜드 가치 21위의 삼성그룹 최고 핵심부서가 특검팀의 손에 털린 것이다. 마침 이 날은 비메모리반도체 부문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영업실적을 발표하는 날이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날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전략기획실은 그룹의 핵심이고,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라며 “이 둘을 범죄 조직이나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삼성이 걱정해야 하는 브랜드 가치 하락과 대외 신인도 추락 원인은 특검 수사 활동 때문이 아니라, 삼성이 초일류 간판 뒤에서 저질러 놓은 각종 불법 때문이라고 본다.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이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촬영해 놓은 떡값 돈뭉치와 검찰수사결과 밝혀진 임원 명의의 비밀 차명계좌 등을 종합해 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 핵심에는 그룹 전략기획실이 있었고, 최고위층의 판단이 개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보통사람의 상식에 가깝다. 그래서 특검팀이 핵심을 정면으로 파고든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삼성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면, 이는 자초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처음부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해 왔다면, 회장 집무실과 자택이 수사관들에 의해 수색당하는 망신스러운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시장에 공개된 삼성그룹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전환사채 편법 발행을 통해 아들에게 통째로 넘겨주려 했던 이건희 회장의 오판에서 시작됐다. 결국 시민단체와 주주들의 문제제기로 재판에까지 넘겨졌고, 삼성이 전 방위 로비를 벌여 이회장 일가를 보호하는 동안 당시 법무팀장이었던 김 변호사가 자괴감을 느끼고 폭로해 버린 것이다.
이번 사건은 세계적인 기업이면서 그 투명성에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삼성에 대한 한국의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번 수사로 삼성그룹 해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삼성을 이끌어 왔던 이건희 회장과 참모진들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 삼성과 특검팀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29일 김 변호사의 첫 폭로이후 수사가 늦어지면서, 삼성은 충분한 대처방안을 준비했을 것이다. 중요한 증거가 남아 있을 리가 없다. 그 만큼 특검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팀은 실체적 진실을 위해 은폐된 사실까지 비장한 각오로 모두 찾아내야 한다. 삼성의 저항이 거세겠지만, 이번 기회에 삼성과 우리사회의 탈법을 뿌리 뽑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삼성그룹은 특검수사로 고통스럽겠지만, 내부 관련자는 혀를 깨무는 마음으로 지난 죄를 낱낱이 밝히고, 사죄하는 것이 옳다. 또 다시 이 회장 일가 보호를 위해 그룹이 전력을 다해 로비를 펼쳐 수사를 방해하고, 결국 월급 사장 몇 명이 죄를 뒤집어쓰고 쓸쓸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삼성을 세계 일류 기업으로 이끌어 온 경영능력과 뒤에서 시커먼 얼굴로 저지른 불법은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고 뼈를 깎는 마음으로 경영체질을 바꿔야 한다. 변화만이 삼성이 살 길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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