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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비리 권력자만 봐줬나? |
2008년01월02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노무현 대통령이 2008년 1월 1일자로 임기 중 8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는 경제인 21명, 정치인과 전 공직자 30명, 사형수 6명, 공안사범 18명 등으로 총 75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부정부패 재벌과 뇌물비리 정치인, 그리고 이와 관련된 대통령 최측근을 포함시킨 것으로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부터 일고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경우, 20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8천억원의 사기대출,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실형을 받았었다. 그 후 질병 등의 이유로 형집행정지 되었다가 이번에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그와 함께 분식회계와 사기대출을 주도했던 당시 대우그룹 계열사 임원들 대부분도 사면되었다.
정부는 경제인에 대해서는 IMF외환위기 10년을 넘기면서 지난날의 불합리한 관행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라는 차원에서 사면한다고 했지만, 이런 식의 사면자체가 이미 불합리한 관행이자, 어두운 과거로의 회귀라고 지적하고 싶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법 위에서 춤을 추더라도 재판정에 마스크 쓰고 휠체어 타고 나타나 전관출신 변호사를 앞에서 형량을 적당히 조절해 보고, 구속된다 한들 병보석으로 석방되면 그만이고, 경제위기론으로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면서 병원 특실에서 푹 쉬다가 대통령 사면으로 풀려나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린아이 분유값을 위해 몇 천원어치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힌 젊은 가장이 뉴스에 나오는 마당에 수십조원 ‘해먹고’도 실형선고 받은 사람이 거리를 떳떳이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본다. 이번 사면 대상자 명단을 보면서 교도소에서 ‘우리는 뭐냐’며 한숨 쉬고 있을 모범 수형자들을 생각하면 딱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부정부패와 뇌물비리에 연루된 전 공직자와 정치인에 대한 사면도 마찬가지이다. 청와대는 이들이 다시 한번 국가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주기 위해 사면했다고 말했지만, 각종 부정부패에 얼룩진 사람들이 다시 한번 국정에 동참할 경우 나라 모양이 뭐가 되겠는가?
심지어 뇌물스캔들에 연루되었던 사면대상 일부 정치인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수억원의 뇌물혐의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명예회복하겠다며 총선 출마하겠다는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거니와, 이런 사람들을 사면해준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뇌물비리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국가를 발전시킬 만한 사람들이 그렇게 없었나? 정치권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지 못하고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뇌물비리와 부정부패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런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영구히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정치 발전을 위해 옳다고 본다.
왜 비리 권력자만 봐주고 다른 모범수형자들은 외면했는가? 사면은 원래 사법부의 오판가능성, 모범수형자로서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여 더 이상 형을 집행하는 것이 의미 없게 된 사람들, 정치적 박해를 받은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대통령이 베푸는 시혜적인 제도였다.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퍼주기 식으로 사면권을 남용해 측근 고위직들만 노골적으로 구제해 준 태도는 무척 유감이다. 선거법을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비웃고, 국가 최고법을 ‘그놈의 헌법’이라고 깔아뭉개 버리는 독특한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임기 말 ‘사고’라고 본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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