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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
2008년01월02일(Wed) |
| 이준구<주필, 시인>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2월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주요 인선(人選)을 마무리했다. 고무적이다. 인수위는 새 정부 5년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국정설계그룹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야말로 정치인들의 대거 전진배치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이 당선자 측근들이 요소요소에 포진해 이 당선자 친정체제를 구축한 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386세대’에서 ‘475세대’로 권력이 이동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에선 475세대가 노무현 정권의 386세대를 대체하고 있다. 475세대란 나이가 40대 후반 이후로 1970년대 대학을 다녔던 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는 노무현 참여정부의 증오(憎惡)에 대해 증오로 다스린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여러 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흔들리지 않고 노무현 정부의 증오를 심판하려고 좌고우면을 거부했다. 정동영 후보는 네거티브도, 포지티브도 먹히지 않는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
굳이 말하자면 이번 대선은 노무현 정부의 증오라는 테제에 대해반증오라는 안티테제를 제시한 변증법의 역사운동이었다.
이젠 증오도 반증오도 버려야 한다. 상대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하며 공존 가능한, 타협 가능한 대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하는 까닭이다 앙금을 털고 내일을 향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여러 갈래로 쪼개진 국민을 통합해 화해와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선자가 중용(中庸)의 도(道)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한다. 중용의 도는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중정(中正)한 것이요, 과부족이 없이 생각과 행동이 불편부당한 것이요, 모든 일의 적정 상태를 지키는 것이다. 중용의 도는 중간이란 뜻이 아니다. 꼭 알맞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밥을 너무 많이 먹어도 안 되고 너무 적게 먹어도 안 된다. 꼭 알맞게 먹어야 한다. 과(過)도 좋지 않고, 부족도 좋지 않다. 과식하면 배탈이 나고, 너무 소식하면 배가 고프다. 불을 쪼일 때 너무 가까이 가도 안 되고 너무 멀리 가도 안 된다. 너무 가까이 가면 손을 데고 너무 멀리 가면 춥다. 꼭 적정한 위치에서 불을 쪼여야 한다. 이것이 중용의 도다.
말을 할 때에 너무 크게 해도 안 되고, 너무 작게 해도 안 된다. 너무 작게 하면 안 들리고 너무 크게 하면 남에게 불편을 준다. 또 그 자리 그 경우에 꼭 알맞는 적정한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용의 도다.
중용의 도는 적시성(適時性)과 적소성(適所性)을 얻은 행동이다. 사람의 행동이 중용의 도를 얻으려면 올바른 사리 판단력과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중용의 도에 도달하려면 밝은 지혜와 풍부한 경험이 요구된다. 지혜와 경험이 부족하면 중용의 도를 실천하기 어렵다. 중용의 도는 덕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덕이다. 공자가 이른 바 “중용지 위덕야(中庸之 爲德也) 기지의호(其至矣乎)”가 그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자는 이런 덕으로써 정치를 하되 버릴 것·고칠 것·이어갈 것을 결정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 당선자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성장 전략, 선진국 진입 전략과 연계성을 갖고 추진하고, 현재 시범 운영하고 있는 교원평가제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방과 후 수업도 더 넓혀 나가야 한다.
둘째,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통제 조치도 고쳐야 한다.
셋째, 교육분야에서 대학에 대한 획일적 규제와 간섭을 풀어야 한다. ‘3불(不)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대학입시 규제뿐만 아니라, 등록금·정원·학사 운영 등과 관련해 30여 개나 되는 규제법령으로 대학을 꽁꽁 얽어매고 있는 지금 시스템으로는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질 좋은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난민(難民)을 줄일 수 있도록 자립형 사립고와 외국어고에 대한 규제도 그만둬야 한다.
넷째,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고려하면서 북한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조화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북한은 연말까지 핵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 신고를 완전하게 하지 않으면 6자회담이 수포로 돌아가고, 한반도가 다시 핵 구름에 덮이게 된다.
당선자는 “국민이 나를 지켜 주셨다”는 오늘의 초심(初心)을 잃지 말고, “매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당선 소감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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