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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즉유시(終則有始) |
2008년01월03일(Thu) |
| 안용호<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중학교 졸업을 하고 우리들은 졸업기분을 많이 냈던 것 같다. 마치 공부가 끝난 것처럼 여학생들과 어울려 담임선생님 집을 찾아가 놀기도 하고 들판으로 쏘다니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 때도 같았다. 계림동을 누비며 밀가루를 뿌리며 모자까지 찢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은 무엇이 끝나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산다. 그러나 직선적인 시간관을 적용하든, 순환적인 시간관을 적용하든 우리 인생에 완성과 종말은 없다. 끊임없이 생성하고 다시 생성하는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졸업을 예로 들더라도 초등학교의 졸업은 중학교 교육의 시작일 뿐인 것이다. 끝은 시작과 맞닿아 있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는 섣달 그믐밤에 나를 목욕 시키고, 등불을 밤새도록 켜 놓으시며 잠을 못 자게 하면서까지 새해를 맞게 하셨다. 또 주역에는 ‘대도무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위대한 도(道)로 들어가는 문은 없다는 뜻이다. 깊이 새기면 위대한 도(道)로 들어가는 문은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런 생각으로 황금돼지띠 정해년을 보내면서 ‘종즉유시’ 즉,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무자년에도 이러한 생각으로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열어갈 무자년 교육활동에 몇 가지 제안을 드린다.
첫째, 개혁보다는 개선을 하자. 선진한국의 새날이 밝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경제 분야와 교육 분야가 새 정부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교육이 정치화된 것은 큰 문제지만 교육에서만큼은 개혁이 성공한 예는 드물고 부작용이 더 많았다. 필자의 40년 교육 생활에 많은 교육개혁의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거나 뿌리를 깊이 내린 것이 아주 적다는 것이 그 증거가 된다.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것은 한국교육개발원의 수업모형, 도서관교육연구, 학습공원화, 교단선진화, 열린교육, 교실수업개선, 교수학습지원센터, 교육정보화 등 몇 안 된다. 최근에는 혁신이라는 구호가 난무하지만 도무지 체감이 되지 않는다. 개혁보다는 개선을 하자.
둘째, 교실에서 교과 수업을 개선하자. 우리교육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산업 사회에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고, 정보화 사회 이후 OECD 학력 평가에서도 중학생의 성적이 우수하게 나타났으며 하버드 대학교에도 3만 명이나 다니고 있고 조기 유학생도 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다만 대학입시와 사교육비 증가 등 커다란 문제점이 있는데 그것은 대학 입시 제도를 고치면 해결될 문제다. 대학교 입시가 초중고 교육과정의 정상운영을 저해하고 사교육비를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학벌만능주의도 고쳐야 한다. 교육은 개선해야 한다. 교실에서 교과 수업을 종즉유시의 생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교육은 정치인들이 고친다고 고쳐질 문제가 결코 아니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선생님의 몫이다. 선생님이 교과 수업을 통해서 실력 있는 학생을 기르는 것이 교육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교과 수업은 교과의 특질을 고려하고 격물치지의 생각으로 절차적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방법의 학습을 학습함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력이 길러지도록 하면 된다. 여기에 도서관 교육을 강조하면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종즉유시, 주역에 있는 말이다. 해석하면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다는 뜻이다. 의미있고 지키기 어려운 말이다. 무자년에 드린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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