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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면 자식도 안 찾아오는 세상 |
2007년12월13일(Thu) |
| 이승배<논설위원> |
부모 자식 간의 유대관계가 부모의 재산에 의해 좌우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정재기교수의 한국 가족과 친족간의 접촉빈도에 관한 최근 논문을 보면,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의 부모의 속성을 소득, 교육, 성별, 연령 등으로 분류하여 조사해 본 결과, 소득변수가 부모와 자녀와의 접촉빈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부모 소득이 1% 높아질 때마다 1주일에 1번 이상 만날 가능성이 2.07배나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 회원국에 대한 조사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식들이 더 자주 찾는다는 뜻이다.
그간 우리는 유교문화권으로 분류되고, 부모에 대한 ‘효(孝)’를 큰 미덕으로 동방예의지국이란 명성까지 얻었던 자랑스러운 나라였다. 때문에 아픈 부모님의 약을 구하기 위해 눈길을 걷다가 산속에서 바위가 되었다는 형제바위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고, 산신령이 부모의 약을 구하기 위한 자녀의 효심에 감동해서 엄동설한에 연못에서 잉어를 구하게 했다는 설화도 전해왔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 대한 존경은 전 인류적인 상식으로 통해왔다. 부모로부터 양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차원의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자기 존재의 뿌리라는 인식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부모에 대한 효가 당연시 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 교수의 논문처럼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사회 구조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산업화, 도시화로 연결되는 핵가족화와 수도권의 인구집중으로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들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 양육비 부담으로 자녀를 적게 낳는 세태와도 관련이 있다.
한두 자녀만 낳고, 내 자녀가 최고라는 부모의 교육방식은 어려서부터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주었다. 게다가 경제 양극화로 서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고, 취업난으로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며 얹혀사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부모는 용돈을 주고,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 정도의 필요적 관계로 여기게 된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이는 자신의 핏줄이며, 자아의 존재 근거라는 가족간의 심리적 연대관계가 붕괴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가족해체는 결국 사회구조 해체라는 문제로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물론, 이번 연구결과가 부모에 대한 자녀의 마음이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으나, 경제문제나 생활이 바쁘다는 등의 현실적인 요소를 반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방예의지국이었던 우리 전통의 미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가 이렇다면, 이를 당장 해결하기에는 사회구조가 너무 복잡해져 있다. 가족간의 심리적인 연대감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대판 고려장 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교육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대학입시에 발목 잡힌 교육이지만, 과감하게 인성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수능시험에 인기 없는 과목으로 전락해 제대로 배우지 않는 윤리과목은 더 이상 곤란하다.
엊그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각 후보들마다 장밋빛 공약을 내놓았지만, 인성교육에 관한 언급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입시를 없애버리겠다는 등의 대책 없는 말들뿐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대학입시 과열경쟁도 한몫 했지만, 입시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부모와 자식간의 연대관계가 회복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유동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본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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