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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 로드맵’ 대비해야 |
2007년12월23일(Sun) |
| 이준구<주필, 시인> |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12월 15일 기후변화협약 제13차 당사국총회(COP13)가 ‘발리 로드맵’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고무적이다.
이야말로 자연을 파괴하는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 그것은 “자연에 순종하는 자는 살고, 자연을 거역하는 자는 죽는다(順天者存, 逆天者亡)”고 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폐해를 생각해야 할 때다.
발리 회의는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규정한 교토의정서 이후, 즉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회의는 예상대로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인류사회 공통의 목표가 무색하리 만큼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치열한 전장(戰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선진국같이 얘기할 수도 개발도상국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애매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미국과 유렵연합(EU)은 새 협약에 의무감축 가이드라인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끝까지 팽팽한 힘겨루기를 했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세를 취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향한 큰 변화로 평가받는 ‘발리 로드맵’은 이런 치열한 과정을 거쳐 채택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2주의 총회 기간 내내 뒷짐을 쥔 ‘방관자’로 머물렀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인 한국 정부의 주장은 총회 기간 중 확인하기 어려웠다. 발전을 거듭하는 ‘환경 외교전’의 와중에서 한국 대표단은 돌아가는 상황파악에만 급급했다.
한국 대표단의 모습은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앞장서 대변한 중국마저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당 에너지 소비량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분명한 대비가 됐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규용 환경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했을 때에 옵서버로 회의를 지켜보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이 야유를 했다고 한다. 이는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장관이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조치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것을 지적해 둔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이기 마련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계기로 한국경제의 근본적 체질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 선진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자랑한다. 독일은 에너지원에 대한 세율인상과 법인세 및 소득세에 대한 세율인하를 포함하는 환경친화적 조세개혁을 통해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를 달성함과 동시에 25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말 그대로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스마트한 정책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발리 로드맵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모두 포함한 190여 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에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 임무를 규정했다.
첫째, 기후변화협약의 조항과 원칙에따라 장기적인 협약을 위한 비전을 공유한다. 둘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측정, 보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각자의 형편에 맞게 노력을 기울이며 선진국의 노력에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 제한도 포함한다. 셋째,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노력을 강화하고,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의 적응을 돕기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넷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환경친화기술, 신재생 에너지기술의 개발 및 개발된 기술을 개도국으로 이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재정 확보 및 투자 증진에 힘쓴다.
다섯째, 이 모든 노력을 2009년까지 완료해 제15차 당사국 총회에서 보고한다. 발리 로드맵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완전한 성공은 2009년까지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가에 달려 있다.
발리 로드맵은 당장은 당사국에 교토의정서와 같은 배출총량규제 의무를 규정하지 않았지만 개도국도 각자의 형편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도록 요구했다.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은 2013년부터 적용할 새로운 의무에서 선진국으로 편입되거나 적어도 개도국 중에서는 선진국에 버금가는 의무를 지도록 국제적인 압력을 받을 것이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은 어느 국가, 어느 기업도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적 전략의 수립이 절실하다. 먼저 기본적으로 정부는 지구환경 보호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표명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이 국내 산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2009년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포스트 교토의정서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반드시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해 지속 가능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정보통신사회의 전환을 이용해 선진국 진입의 기회를 잡았듯 저탄소 사회의 이행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은 반드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위기 요인과 기회 요인을 파악,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은 비용상승 요인으로 다가오지만 다른 한편 온실가스 감축은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까닭이다.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사고파는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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