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결과보다는 과정중심의 독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독서과정에서 지식의 습득 생성’이라는 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서교육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러면서 학교 도서관 만들기도 쉬지 않고 계속하여 왔다. 학교도서관 만들기는 기존에 있었던 도서실을 리모델링하거나 학년도서실을 만드는 등 독서교육 기반구축 사업이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독서교육을 활성화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학교장이나 교육당국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적 신념과 의지 하나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꿔야 독서교육이 된다. 남다른 생각을 가져야 독서교육이 된다.
30년 전부터 ‘즐거운 독서학습 풍토 조성’을 부르짖어 왔다. 그러나 교과서 지식 교육이 전부였던 때에 책읽기는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독서만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자랑스런 한국인을 기를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잃지 않았던 필자는 광주에서 독서교육이 어려울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두 개의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 때는 어떻게 하면 독서지도를 잘할 수 있을까 골몰하던 차였는데 증심사 계곡에 있는 K중학교가 독서교육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연구발표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때 교장선생님께서 인사말을 하시면서 ‘교육감님을 위하여 복도에 이렇게 책을 진열해 놓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요지는 교육감이 보고 칭찬하라고, 책을 복도에 놓고 찢어지지 않게 장식만 해 놓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학생들이 읽는 것을 단속하면서 책이 가지런히 서가에 꽂혀있기를 바랐다는 말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던 것이 생각난다.
또 한 번은 운암동 모초등학교 교단선진화 발표회에 참석하여 여러 곳을 둘러본 후 도서실은 어떻게 해 놓았을지 궁금하여 찾았으나 도서실이 없었다.
본교 직원에게 물으니 B동 서편에 있는 실과실이 도서실이라는 것이었다. 찾아가 문을 여니 문은 열리지도 않았고 창문으로 보니 철제 스텐드에 어지러이 책을 쌓아 두었는데 그것마저 의자로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 사건은 두고두고 나의 독서교육에 참고가 되었다.
광주에서 제일 훌륭하시다는 두 교장 선생님이 이렇게 하는데 누가 독서지도를 하겠는가? 그러나 독서지도는 교장이 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광주교육에서 도서관 리모델링이 이루어지면서 신간도서구입이 늘어나고 학급문고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려고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즉 독서교육의 미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 바람이 태풍이 되어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필자는 이것이 70년대에 이은 두 번째 물결이 되지 않기를 빌면서 생각을 바꾸자고 말하고 싶다.
‘아나 공’하듯이 ‘아나 책’을 하자. ‘아나 책’ 하여 평생 독서력을 길러주자. 책 읽는 사람이 세계를 이끈다. 책은 어느 한 인간의 행로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러니 ‘아나 책’ 하여도 조금도 잘못이 아니며 이상한 일도 아닌 것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정약용 선생은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을 읽고 실학에 눈을 떠 500여 권의 책을 남긴 실학의 대가가 되었다. 트로이 성을 발굴한 실리이만은 도서관에서 200쪽 안팎의 역사 이야기를 읽고 그 위대한 문화유산을 발굴했으며, 세계적인 곤충학자 파브르는 뒤프르의 ‘벌 이야기’를 읽고 곤충학자가 되어 곤충기라는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필자도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서 주신 ‘몽테크리스트 백작’을 읽고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되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읽는 것이며 사람들의 삶을 읽는 것이다.
열심히 독서하는 사람은 얼굴빛과 모양도 달라진다. 미국 배우 찰톤 헤스톤이 그 예다. 그는 독서로 벤허도 되고 예수도 되는 천의 얼굴을 연출했다.
책읽기는 그것 자체가 공부인 것이다. 그리고 독서는 특별한 지도법이 없다. 그냥 읽히면 된다. 학교 도서관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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