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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이 노망난 것이 아니고… |
2007년11월28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잠잠하나 싶더니 또 말 한마디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근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당 행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1위를 문제 삼아 “국민들이 노망든게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
이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과 자녀 위장취업 등의 도덕성 문제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상황을 보며 답답함에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발언이 망발이기에 앞서, 정치인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올 대선에서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도자의 도덕성 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 흐름을 보면, 경기악화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주가는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고, 시장에는 넘쳐나는 여윳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서민들의 체감 경기지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고소득자가 늘었지만, 소수에게 편중된 부의 왜곡된
구조가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치솟는 기름값에도 고가의 수입차는 날개 돋친 듯 팔려가는 한편, 서민들의 연탄 판매량도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부의 양극화를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참여정부 들어 국민소득은 늘었고, 각종 경기지표는 우리 경제가 건강해 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수준의 부의 왜곡을 막았어야 하는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해악이었던 잘못된 관행과 기득권을 타파하려는 기본 방향은 동의하지만, 정부의 ‘편 가르기’ 정책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양산해 왔다.
돈 있는 사람들은 외국으로 줄줄이 나가버렸고, 서민들만 양도세 폭탄 앞에 이사를 가지고, 눌러 살지도 못하는 딱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를 세금폭탄이라는 저질 처방으로 해결되길 바랬지만, 애꿎은 중산층과 서민들만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은 지도자의 도덕성에 앞서, 실물경제를 잘 다룰 사람을 찾는 것이다.
또한 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대안이 되질 못하고 있는 것이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 쏠림이 나타난 두 번째 이유이다.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그가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차선’은 된다는 생각에서 이다.
각종 의혹에 휩싸였지만, 그래도 경제문제 해결에서는 다른 후보보다는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다만 이 후보를 뛰어넘는 도덕성과, 경제문제 해결할 능력 있는 후보가 나타난다면, 국민들의 마음은 하루아침에라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동영 후보에게는 이런 자질이 보이지 않는다. 그 역시 말실수와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가 보여주었던, 시대를 간파하는 능력이나 정책대결로 여론을 선점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도 낮은 지지율에 한몫 했을 것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국민들의 선택은 항상 정확했다. 가장 똑똑하고 잘난 후보 보다는 그 시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택해 왔다. 시대에 적합하고 흐름을 꿰뚫고 있는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했다. 민정계와 손잡은 YS가 그랬고 자민련을 끌어안은 DJ가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당에서는 이런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대위원장이나 되는 사람이 국민 노망 운운하고 있다.
선거까지 20여일 남았다. 여전히 여권 측에서도 뒤집을 기회는 남아있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고정 지지 세력과 후보단일화를 통한 세(勢)결집, 차별화된 정책제시로 여론의 주도권을 선점해 나간다면, 막판 뒤집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한방의 추억’에 매달려 무기력하게 선거에 임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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