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억울하면 출세하라’ |
2007년12월04일(Tue) |
| 나경택<수석논설위원,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전관에게 두루 하직인사를 할 때에 감사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 이렇게 썼다. 여기서 ‘전관’이란 자신에게 감투를 씌워준 관리를 일컬음인데, 그럼에도 사은을 끌어대지 말라고 이른다. 그러면서 이런 예를 들었다. 조선 숙종 때 참의 김병광이 벼슬에서 물러나 궁하게 살고 있는데 윤모씨가 그를 현령으로 보내주었다. 그 후 윤 씨는 딸의 혼인이 있자 말을 보내어 도움을 청했다. 김병광은 답했다. “가난할 때에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인사의 떳떳한 일이나, 다만 혐의 받을 만한 계제는 군자로서 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공과는 전에 사귀던 사이가 아니었으나, 비록 명분 있는 선물이요 결코 재물을 취하는 일이 아니겠지만 모르는 자들이 반드시 이에 말을 삼을 것입니다. 변변치 못한 이 사람이 수십 년 스스로 지켜온 바를 하루아침에 잃게 된다면 어찌 청덕에 누가 되고 명예에 손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심부름 온 사람을 헛되이 돌려보내니, 오히려 부끄럽고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도덕정치를 표방했던 조선이건만 부패한 관리들은 무수히 백성들을 괴롭혔다. 돈을 주고 벼슬을 샀다면 필경 그 벼슬의 힘으로 백성들의 재물을 노릴 것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승진을 대가로 뇌물을 받는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있단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주장했기에 흘려들을 수도 없다. 6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행정직은 5천만원, 기술직은 1억5천만원을 자치단체장에게 건넨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는 지자체장들이 돈으로 표를 샀음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노랫말이 여전히 유효하다. 어떻게든 출세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스며 있다. 처세술을 다룬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권력에의 줄서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대통령 선거라는 것도 ‘인맥 만들어 권력 나눠먹기’에 다름 아니다. 역사를 들춰보면 부패의 맨 끝에 매관매직이 있고, 그 다음에는 썩은 세상을 바꿔보자는 정변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2003년 전북 임실군수가 사무관 승진 후보자 3명에게서 3천만원씩 9천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되면서 ‘사삼서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사무관 승진에 3천만원, 서기관 승진엔 5천만원 든다는 뜻이다. 공무원노조 말 대로 라면 4년이 흐른 지금 ‘승진 뇌물’ 액수가 인상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6월 울산 울주군에서 공무원노조가 제기한 ‘뇌물 승진’ 의혹을 수사했다. 울주군 사무관 35명, 서기관 5명 가운데 이 뇌물 승진 혐의로 수사 받은 사람이 8명이었다. 이 수사에서 군수가 6급 건축행정계장을 5급 사무관으로 승진시켜 주면서 1억3천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전남 해남군수도 지난 6월 부하 직원 7명에게서 1억2천만원의 승진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6급 승진엔 1천만~3천만원, 주요 보직 인사엔 500만~1천5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시장·군수에게 돈 바치고 승진한 사람은 어디선가 그 돈을 걷어내려 한다. 결국 인·허가로 목돈 챙기고, 민원인 닦달해 용돈 받고, 업자 괴롭혀 떡값을 걷게 된다. 돈 받고 승진시켜 준 시장·군수가 그런 부하 직원에게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지자체의 인사비리는 지역을 붕괴시키는 독버섯이다. 무능한 공무원들이 이렇게 승진하면, 유능한 공무원들도 열심히 일을 하기보다는 부패 유혹에 빠질 것이다. 결국 지자체는 속으로 곪고, 지역 전체가 썩을 것은 뻔하다.
강진군수는 군 홈페이지에 ‘3명이 돈 싸들고 왔지만 받지 않았다’며 ‘(공무원 인사에서)전국적으로 돈의 지배가 관례화돼 있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바 있다.[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