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을이 어지간히 깊어 유난히 이 계절에 매달리는 걸 느끼며 나이를 생각한다. 온갖 산마다 얼굴 붉히며 오르가즘을 즐기던 단풍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간다.
이제 완연한 겨울 시작이다. 시기적으로는 가을걷이를 모두 끝내고 겨우내 먹을 김장을 준비하는 시기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가을걷이의 분주함도, 겨울에 대비한 동면(冬眠) 준비도 그저 남의 일처럼 돼 버렸다.
겨울 넘길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분배를 특별히 강조해 온 현 정부에서 겨울이 이만큼 두려운 이유는 어려운 경제 때문인가?
국민들은 경제의 실상을 피부로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속에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는 경매광고가 지면을 채우고, 자영업자들은 자꾸 떨어지는 매출에 한숨만 뱉고, 서민들은 이 겨울을 어찌 버텨야 하는지 막막한 신세일 뿐인것이 현실이다.
여론 파악에 유효하다는 일부 택시 기사들은 현 정부를 향해 점잖게 표현하는 경우가 드물다 못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문닫는 자영업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이 빗나가기를 바라지만 이 모두를 아우르는 해답인 실물경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는 정치와 달라서 입만으로 장담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단련과정도 없이 입만 가지고 정치를 하는것 하고는 사뭇 똑같다고 여길지 모르나 경제는 확연하게 다르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경제 현실보다 더욱 슬픈 일은 정권은 말할 것도 없이 야당마저도 위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거 봉건적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독재정권과 독재정권의 물적토대를 구성하는 파쇼집단만 무너트리면 민주세력이 권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래서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선 지금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한가.
남은 임기를 버티기 지겨운 게 아니라 그 이후를 지금의 야당에 맡긴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희망을 가져도 좋은가.
정책생산 능력 없고, 포용력 부족에다가, 정부 여당을 견제한다기 보다는 시비걸기에 급급하고, 투쟁성은 물론 선명성도 없이 수구와 부패 이미지가 겹겹이 쌓인 한그쪽 당도 현 정권 이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어려울수록 기대고 위안 삼을 명분을 억지로라도 만드는 게 인간사건만 여도 야도 기댈 언덕이 되지 못하는 서러움을 국민들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겨울은 이미 왔는데 봄을 기다리기 이전에 겨울을 통과할 자신감을 찾을 수 없다. 5병2어(5餠2魚)처럼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였다는 것으로 앞으로 이런 기적을 보여줄 작정이 아니라면 경제를 대하는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
마음까지 추운 겨울을 이기고, 환희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먼저 희망을 보충해야 한다.
선지자도 아니면서 여야 후보들이 입으로만 경제를 살리겠노라고 외치는 그런 모습은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진정 국민들은 경제적 희망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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