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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서 선생 세상으로 나오다 |
2007년10월29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국립광주박물관이 문화의 달을 맞이해 10월18일~11월11일까지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와 필암서원-하서 세상으로 나오다’의 특별전을 열고 있다. 시·도민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무적 현상이다.
본 특별전은 2001년 울산 김씨 문정공 대종중에서 국립광주박물관에 기증한 31점의 기증유물을 토대로 기획됐으며, 보물로 지정된 필암서원 소장유물 등 70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이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한다.
퇴계 이황과 학문으로 쌍벽을 이뤘던 하서 선생은 문묘에 모셔진 정몽주 등 ‘동국 18현(東國十八賢)’ 가운데 유일한 호남 인물이다.
하서 선생의 삶은 호남절의의 근간을 이뤘다. 선생은 제자로 가르쳤던 인종(仁宗)이 갑자기 승하하자 관직에서 물러난 후 15년 동안 다른 임금을 섬기지 않고 초야에서 학문을 닦았다.
하서 선생은 호남의 유학자들에게 학문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생은 면앙정 송순의 문인(門人)이고, 송강 정철의스승이기도 하다. 또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나 미암 유희춘 등 당대의 문장가들과는 사돈지간으로 학문과 교분을 나눴다.
특히 하서 선생은 퇴계 이황과 8년동안 ‘사칠논변(四七論辯)’을 펼침으로써 조선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고봉 기대승의 학문에 자양을 공급한 큰 선비였다. 또한 학문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계산풍류를 노래한 1500여 수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시인이었다.
그럼 하서 선생이 5세 때에 지은 시 한 수를 다음에 들어 보자. 그것은 한 편의 시에서 인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땅 형세를 따라서 높고 낮으며
천시로 말미암아 이르고 있네.
사람 말을 어찌 탓할 게 있소
달은 본래 사정(私情) 없는 거라네.
이 시는 아주 유명하다. 과연 다섯 살 나이에 이렇게 깊은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를 꿰뚫어 본 이 시를 보고 당시 사람들은 선생을 ‘생이지지(生而知之)’라 했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자연과 세상을 한 점 사심 없이 보았다. 따라서 훗날 대학자로 대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서 선생의 사상은 무엇인가? 인간수행론을 담고 있는 도학(道學)이다. 도학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이다. 먼저 선생의 시를 보자. “학문이란 다름 아닌 마음에 달렸으니 방심(放心)을 거두면 어려울 것이 무엇이오. 온갖 이치 마음속에 밝게 있으니 항상 마음 살펴야지 방심해선 안 되네” 온갖 이치를 밝게 살피지 못하는 방심은 자칫 자신을 편색한 상태에 빠뜨려서 도덕성을 질식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단한 성찰과 수행이 요청되는 것이다.
‘천인합일(天人合一)’을 기약하는 하서 선생의 학문에 있어서 마음의 중대성이 이에 근거한다. 선생의 글 곳곳에서 나타나는 바 마음의 강조가 관념적 성향을 드러내 주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윤리 도덕인을 넘어 자신의 생명정신을 우주만물에 개방·실현하고자 했던 도학자로서 기울인 그러한 관심과 노력은 정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하서 선생은 인간존재의 구현상 도의(道義)의 실천을 매우 중시했다. 세계와 인간에 관한 고도의 지식체계를 갖고 있는 도학은 일견 공자(孔子)의 질박하고 실천적인 학문정신과 거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학자들 역시 그들 고유의 사유체제 속에서 그들이 확인한 인도(人道)의 실천을 대단히 강조했다. 하서 선생의 도학이 이 점에 있어서 투철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셋째, 하서 선생의 도학상 인간본질의 실현은 궁극적으로 타자(他者)의 삶을 성취시켜 주는 데에 그 목표를 두었다. 선생의 학문 목표는 결코 자신의 개인적인 완성에 있지 않았다. 만물에 대해 개방적 생명정신을 타고난 우주적 존재로서 그의 완성은 그 자체 타자의 성취를 예정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선생이 자임한, 이른바 ‘성기성물(成己成物)’의 이념이다. 이야말로 지극한 도인 것이다.
하서 선생의 도학정신은 인류애(人類愛)와 생명애(生命愛)를 그 정점에 세웠다. 우주만물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은 심지어 일초일목(一草一木)에 대해서까지 물아일체적(物我一體的) 사랑의 눈빛과 손길을 보냈다고 여겨진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면 하서 선생의 도학은 하나의 인간학(人間學)이요, 그것도 실천적 인간학인 것이다. 선생은 인간의 우주적 본질을 알아 그것을 자신의 삶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광주·전남 초중고에서는 하루 속히 학생들에게 이러한 하서 선생 ‘도학 사상’을 가르쳐야 한다. 오늘의 우리사회에 도의(道義)가 땅에 떨어지고, 청소년들이 최고 돈, 권력, 명예 등 획일화 한 가치를 추구하며 좁은 길에 모두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 노래만 부르지 말고 인성 교육이 중요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광주·전남 양 시도 교육청은 당국은 반드시 하서 선생 ‘도학 사상 연구’에 심혈을 경주,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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