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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법 보완해야 |
2007년11월05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선정을 위한 설치인가 심사 기준이 확정돼 대학들은 로스쿨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충격적이다. 일방적으로 로스쿨 법이 제정되어 2009년 3월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은 현행 고등법원 관할 구역을 단위로 5개 권역으로 나눠 심사 기준을 충족시켜 우수 대학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5개 권역으로 서울 권역은 서울·경기·인천·강원, 대전 권역은 대전·충남·충북, 대구 권역은 대구·경북, 부산 권역은 부산·경남·울산, 광주 권역은 광주·전남·전북·제주가 포함된다.
그럼 로스쿨 인가는 어떻게 되는가? 교육목표와 입학전형 등 9개 영역에 66개 항목, 132개 세부항목 심사로 결정된다. 평가점수는 1000점 만점이다. 교육과정 영역이 345점으로 배점이 가장 높고 교원 영역도 195점이나 된다. 사시합격자 수와 학생복지, 장학제도 등이 포함된 학생 영역은 125점, 교육시설은 102점의 점수가 배정됐다.
입학전형의 사회적 취약계층 배려(20점)와 전액 장학생 비율(30점), 사회적 취약계층의 장학금 수혜비율(25점) 항목 등 저소득층을 고려한 평가항목도 포함됐다.
이야말로 애써 만든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정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부 안팎에서는 교원과 교육시설, 학생(사시합격자 수), 대학경쟁력 및 사회적 책무성(대학구조개혁과 특성화, 국제화 실적, 3년간 행·재정적 제재 유무) 영역 등이 로스쿨 인가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부분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교수 확보와 시설 확충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학생과 대학경쟁력 및 사회적 책무성 영역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가 심사기준 확정에 따라 대학도 희비가 엇갈렸다.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는 지방균형 배정이 다시 강조됨에 따라 로스쿨 유치에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서울·수도권의 중상위권 사립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스쿨 총 정원이 2000명으로 확정돼 인가 대학 수가 예상보다 줄어든 데다 사시합격자 수가 수도권 대학 간 경쟁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스쿨을 알차게 준비해 온 수도권 대학들이 고득점을 얻고도 탈락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 법(法)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違憲的) 요소가 있다. 학문의 자유란 학문연구의 자유, 대학이나 교수가 자유로이 강의할 수 있는 교수의 자유와 연구결과 발표의 자유, 연구를 위한 집회 결사의 자유, 대학 학문연구기관이 운영에 관한 일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 등인 것이다.
로스쿨 법에 의하면, 이미 학부와 대학원에 법학학사·석사 과정을 두고, 예비 법조인을 양성하면서 학문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던 대학들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얻지 못하면 로스쿨을 둘 수 없게 됐다. 이것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 당한 게 아니고 무엇인가. 교수의 자유, 직업의 자유까지 침해 당했다.
그러면 로스쿨 도입 취지는 무엇인가? 국제금융·환경규제·공정거래·지적재산권·인수합병 같은 다양한 분야의 분쟁해결 역량을 갖춘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헌법(憲法)·민법(民法)·형법(刑法) 등 7개 과목 법전(法典)만 암기하고 모의시험 문제를 풀어보는 한국의 법학교육으로는 사회 변화를 따라갈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선진국 로스쿨에서 학생들은 토론과 발표, 모의재판은 물론 현직 변호사를 보조해 공판에 참여하는 현장 수업도 받는다. 우리 법학교육 여건은 어느 대학이건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시대는 ‘국립’ 사법연수원 시대의 종언을 뜻한다. 똑같은 문제를 암기하고 똑같은 연수원을 거쳐야 하는 국가양성 모델을 벗어나야겠다고 한다면 개별 로스쿨의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정부는 반드시 전문대학원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생 수도 한 스쿨당 150명의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적게는 50명, 많게는 300명까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개별 분야로 특화된 로스쿨과 개별 지식의 융합적 발전을 이룩할 로스쿨이 두루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별 로스쿨의 창의적 실험의 시도에 대해 총입학정원이 암초처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여겨진다.
정부는 또 학비가 문제임을 십분 인식해야 한다. 3년제인 로스쿨을 마치려면 1억~2억원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 까닭이다. 돈 있는 사람만 로스쿨을 다닐 수 있게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헌신하는 전문성도 길러야 한다. 당국은 특권적 소수 엘리트 시대를 끝내고, 정말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법전문가의 시대가 열리도록 ‘로스쿨 법’ 보완에 심혈(心血)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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