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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이야기 들려주기 |
2007년11월07일(Wed) |
| 안용호<논설위원, 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독서과정에서 지식의 습득 생성’이라는 주제로 독서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지식의 획득은 과정중심의 독서활동에서 복합적인 상황이 고려되어야 더 증가한다는 투철한 신념이 필자에게는 있다. 그러나 오늘날 강조되고 펼쳐지는 독서활동은 결과중심의 것이 너무 많아 매우 안타깝다.
최근 우리는 눈이 아프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교육 개혁을 부르짖고 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그것은 실패했다고 말하면서 실패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교육의 신봉과 어떤 목적을 갖는 사람들이 그것을 수단시하는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구절은 가슴에 와 닿는 진솔한 것이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강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독서를 강조하면서도 도서관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그냥 2만불 시대가 되면 잘 만들어 줄테니 단행본이라도 사서 읽으라고 할까? 독서지도는 책 한권 읽히는 것이 아니다.
광주광역시 교육청 산하에 140여개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90년대 이후 신간 본을 만권 이상을 소장한 학교는 몇 안 된다고 한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주도하는 학교 도서관의 모습은 ‘종합 미디어 센터’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 교육은 ‘행적 도덕성’과 ‘지적 도덕성’이 괴리되어 나타난다. 지행합일이니 학행일치니하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 상황을 객관주의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한줄 세우기 교육이었다고 자탄한다. 그렇다. 우리 사회와 학교, 가정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온통 ‘남을 딛고 올라서기’인 것이다.
최근에야 학습자 중심의 교육 운운하면서 여러 줄 세우기를 말하는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는 차가운 머리로 가르치는 ‘지식’이 전부가 아니다. 따뜻한 가슴으로 가르치는 ‘진실’이 중요하다. 지성이 아니라 덕성인 것이다.
우리가 강조하는 창의성과 인성은 풍부한 인간성을 갖춘 덕성 있는 인간을 말하고 덕성 있는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주체가 된다. ‘인간 교육’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아름다운 품성을 기르려고 하는 것도 그것이다. 인간 교육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독서 교육에서 ‘옛 이야기 들려주기’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여겨진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임스 힐먼은 어린 시절에 다른 사람이 책 읽어주는 것을 들으면서 성장한 어린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예지력이 훨씬 뛰어나고 정신발달상태도 더 낫다고 주장한다. 외국의 예를 들 필요는 없다. 우리들의 주변에 그런 예가 얼마나 많은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된다. 들려주고 들으면서 서로 마음이 가까워지고 또 이야기 속에 담긴 생각을 곱씹어보면서 삶 속의 진실과 슬기를 더듬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옛 이야기를 듣고, 넓고 깊은 푸른 꿈을 마음껏 펼칠 수도 있으며 이야기 속에 들어가 나눔과 베풂의 지혜도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몇 가지 중요한 것을 들어 더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 옛이야기 들려주기는 열린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학교 학습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학습의 비인간화’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군중 속의 고독처럼 혼자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요즘은 학교는 그렇다 치고 가정에서도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다. 텔레비전이 바로 그것이다. 텔레비전, 컴퓨터와 같은 기계는 여럿이 앉아 오순도순 즐길 수가 없다.
혼자서 한쪽 방향만 보고 일하거나 즐기니 ‘닫힌 문화’요, ‘일방문화’라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서로 마주보아야 하고 함께 즐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열린문화’요, ‘대면문화’라 할 것이다. 이야기 들려주기는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를 기른다. 예수나 부처님은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다.
둘째, 이야기 속에는 우리의 토박이말이 살아 숨쉬고 있다. 말에는 입말과 글말이 있는데 입말과 글말은 그 역사의 흐름에 따라 발전해 왔다. 우리 조상들이 예부터 써온 깨끗한 말을 되살려 쓰는 일은 말도 살리고 글도 살리는 일이 된다. 이 깨끗한 우리말을 가장 온전하고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옛이야기인데 옛 이야기 속에 담긴 말은 백성들의 삶 속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삶의 지혜가 배어있으면서 깨끗하고 감칠맛 나는 상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셋째, 옛이야기 속에는 온갖 것들이 들어 있다. 옛이야기 속에는 겨레의 삶과 생각, 슬기와 용기, 웃음과 눈물이 말 마디마다 스며들어있다. 옛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불만과 울분도 녹아 없애줘서 우리들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해 줄 것이다. 아동독서를 연구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옛이야기 들려주기의 좋은 점은 2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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