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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내의 파워게임 |
2007년11월07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이회창씨가 기어이 대선출마를 발표했다. 이로써, 이명박 독주체제를 달리던 대선판도에 지각변동이 올 모양이다. 특히 이회창씨가 보수세력의 표를 결집하면서,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박 전 대표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 후보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기까지 하다. 표면적으로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친 언행이 도마에 올랐지만,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렇다면 지금 한나라당 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올 12월 19일에 치러지는 대선은 한나라당에는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며 당의 존폐가 결정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사활을 걸고 대선을 준비하고 있지만, 소속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다른데 가 있는 듯 하다. 내년에는 18대 총선이 치러지는 바, 당의 대선승리 여부를 떠나, 본인의 의원직 유지 여부가 그들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명박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고, 이 후보 계열 사람들이 주요당직을 차지하면서, 이들의 공천 가능성은 높아졌으나,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일부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경선 이후 이 후보 계열과 박 전 대표 계열로 나뉜 이들에게는 자신의 정치 생명 보전을 위해 계파간 피튀기는 싸움에 뛰어들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비주류였던 이 후보 측에서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앞장서서 당권을 잡았고, 인사권 행사를 통해 친(親)이명박 조직을 정비하면서 박 전 대표측에서는 이를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이재오 최고위원의 ‘오만함’을 문제삼아 그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목적은 공천권으로 상징되는 당권을 되찾아 와 차기 총선때 ‘식구’들 공천을 보장하고 의원직을 유지시켜 줌으로써,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 또는 확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런 이유로 대선을 준비하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현재 당권 관련 두 계파간 파워게임이 벌어졌다. 당은 대선을 준비하지만, 소속 국회의원들은 총선을 준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다.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조직장악에서 실패하면 결국 표의 분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이회창씨의 출마선언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두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박 전 대표는 이회창씨 출마를 활용해 이 후보를 더욱 압박해 당권을 되찾는 것이다. 원칙주의자 이미지였던 박 전대표 본인이 직접 탈당하면서 이회창씨를 지지선언 하긴 어렵겠지만, 내부적으로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개별 행동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이를 담보로 이 후보를 압박한다면, 이재오 최고위원을 사퇴시키고 당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가정대로라면,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박 전 대표가 당권을 되찾고, 이 후보를 적극 도와줌으로써 대선까지 무난하게 갈 수는 있지만, 이후보 측 인사들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 역시 그간 비주류였던 설움에서 벗어나 주류세력으로써 자리잡을 수 있는 호기를 놓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무튼 이 후보의 경우 대통령이 되더라도 당권을 포기하면 총선에서 영향력이 적어지기 때문에 반쪽짜리 권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 후보는 쉽게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이회창씨가 이미 박 전 대표와 연대했을 가능성이다. 가정적 상황이긴 하지만, 이회창씨가 갖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결심한 것은 국민중심당의 연대제안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율사 출신인 이회창씨가 무모하게 무소속으로 출마선언 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미 어떤 연대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만약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당권을 되찾지 못한다면, 자연스레 그녀의 정치생명 역시 퇴로를 걷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이를 명분 삼아 당의 분란을 이용해 이회창씨 지지 선언도 가능해 보인다. 한나라당을 깨더라도 계파의 정치생명을 보전하는데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이 후보, 박 전 대표, 이회창씨 모두 훤히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고심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듯하다. 현재로써는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워게임이지만 곧 수면위로 떠오르면, 대선판도가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정치는 흔히 생물(生物)이라는데, 요즘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아무튼 40여일 남은 시점에 대선 판국이 요동치면서 결과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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