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예고했던 ‘기자실 대못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충격적이다. 기자들이 합동브리핑센터 새 기사송고실로의 이전을 거부하자 정부가 11일 인터넷과 일부 전화선을 차단하는 등 각 부처 기사송고실의 폐쇄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각 부처 출입기자들은 이날 정부의 일방적인 기사송고실 폐쇄 조치에 반대하는 성명(聲明)을 발표했다. 우리는 참 잘한 일이라고 본다.
정부과천청사 내 9개 경제·사회부처 출입기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는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 정치권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사송고실의 인터넷과 전화선을 끊는 조치를 강행했다”면서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언론의 감시기능을 말살하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규탄했다. 이야말로 민주주의(民主主義) 국가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국민의 알 권리 침해’와 위헌(違憲)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나쁜 언론자유(言論自由) 말살책을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고 작명(作名)한 것은 정권의 국민 기만성이라고 본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모습이 드러난 것은 5월 22일이다. 홍보처는 이날 ‘취재통제안’을 국무회의에 보고 한 후 발표했다.
이후 언론과 학계, 정치권 등에서 비판이 마구 쏟아지자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대화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6월 17일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인터넷신문협회 등 5개 언론단체 대표들과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토론회는 각 부처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돼 “현장 기자들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와 홍보처는 5개 언론단체와 4차례에 걸쳐 협상에 나섰지만 한국기자협회의 반발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청와대와 홍보처는 이 과정에서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총리 훈령)’ 초안을 마련했으나 그 내용이 언론에 노출되자 연이어 내용을 수정하는 등 갈팡지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기자협회 취재환경특위는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백지화를 요구했지만 홍보처는 수용하지 않았다. 한심지사(寒心之事)가 아닐 수 없다.
기자들이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기자실의 통폐합 때문이 아니라 공무원과의 접촉 제한 등 사실상 취재 통제로 정부의 행정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축소되는 까닭이다.
청와대는 “정부가 언론계의 반발에 따라 그동안 상당히 조정하고 양보했는데 기자들이 무엇을 더 요구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주장은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일 뿐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자유와 국민 기본권인 알 권리를 ‘총리 훈령’에 근거해 통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 및 국민 주권에 대한 도전이라 여겨진다.
정부는 총리 훈령을 네 차례 수정한 것을 양보인 양 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언론탄압이 부당함을 내심(內心) 알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국민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가를 감시하는 기자들을 거리로 추방하려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 임기 말 언론 비판으로부터 보호막을 치기 위한 속셈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입법(立法)도 없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민주주의 근간에 해당하는 언론 자유가 이렇게 유린되는 것은 정권이 국민을 향해 마지막 패악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하루 속히 ‘취재통제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공개변론을 해야 한다. 현 정부 권력이 살아있을 때 판단을 하고 헌법적 제동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언론은 말로써 잘잘못을 가리는 기관이다. 정권이 굳이 기자를 쫓아낸다면 쫓겨날 수밖에 다른 수단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결코 정권의 승리는 아니다.
우리는 ‘언론자유의 적’ ‘국민 알권리의 적’ ‘반민주, 반국민 세력’이 누구인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영원한 기록으로 남겨 후세의 권력자들이 본보기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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