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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기록문화 유산 ‘한글’ |
2007년10월16일(Tue) |
| 나경택<수석논설위원, 칭찬합시다중앙회장> |
한글날 561돌을 돌아보면 ‘문화의 터전이요, 민주의 근본이요, 생활의 무기’이니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고 노래한다. 정말 한글은 문화를 꽃피우는 토양이요, 널리 쓰여 배움의 평등을 이뤘으니 민주의 근간이 되며, 쉬 배워 불편 없이 쓰임은 생활의 무기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건 노랫말에 불과하다. 우리의 의식 속에는 영어에 대한 경외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옛날 이 땅의 지식인들이 한자를 경배했듯이.
새삼스러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말을 맛과 향과 결을 살려 그대로 글로 옮겨놓을 수 있는 것은 이 지구상에 오직 한글뿐이다. 그런데도 한글은 오염되고, 구겨지고, 잊혀지고 있다.
기업체 이름을 앞다퉈 영어로 바꾸고, 대중음악 노랫말에도 영어가 점점이 박혀 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말들이 무더기로 사라져가고 있다. 외래어와 외국어가 들어와 언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심지어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글 전용의 확산이 한국을 정보기술(IT)산업 강국으로 이끌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어디에도 스며들어가는 한글 덕분에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인터넷 세상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만약 지금까지 한자혼용이었다면 한국은 세계 최강이라는 ‘인터넷의 나라’를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 한국, 젊은 한국 뒤에는 한글이 있었던 것이다.
창제된 이후 400년 동안 천덕꾸러기로 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살아난 문자는 지구상에 한글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 12개로 제한된 휴대폰의 자판으로 가장 빠르고 쉽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문자가 한글이다.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서 이(異)문명의 득세와 횡포에도 살아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뚝 일어나 한글은 엄지문화의 중심에 섰다. 한글의 위력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옛날에는 말과 인간이 달렸다면 이제는 전자가 달린다. 사이버 대지 위를 질주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 그들의 가슴에는 한글이 새겨져 있다.
만든 때와 만든 이가 분명한 유일한 문자이자 전 세계가 뛰어난 과학성을 인정하는 표기수단이 바로 한글이다. 그 때문에 유네스코는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문맹률을 낮춘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세종대왕상도 제정했다. 세계화·정보화 시대, 국내체류 외국인 100만 명 시대에 걸맞게 한글과 한국어를 더욱 역동적이고 풍성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가꾸어 나가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기본은 역시 한글·한국어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다. 핀란드나 덴마크 국민은 영어 구사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자국민끼리 대화할 때는 철저하게 모국어를 쓴다. 정체불명의 외래어·외국어가 범람하는 우리 사회가 배울 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글을 편협한 국수주의의 틀 속에 묶어두어서도 안 된다. 외래어만 해도 세계화 추세에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국립국어원 등 관련기관이 나서서 적절한 외래어나 우리말 대체어를 선정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일이다. 한글은 중국 한자나 일본의 가나에 비해 컴퓨터 입력속도가 7배나 빠르다. 이런 이점과 뛰어난 디자인성을 살려 정보화 시대의 효자로 키워야 한다. 외국인을 위한 한글·한국어 교수법과 교재도 한층 다양화하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 자녀는 물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문자가 없는 제3세계 주민 등 한글이 감당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한국어를 국제특허협력조약의 국제공개어로 채택하는 등 한글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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