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性)적 코드에 묻혀버린 모성 |
2007년10월17일(Wed) |
| 이승배<논설위원> |
지하철 내에서 한 엄마가 모유수유한 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내놓아 민망하다는 의견과, 적절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과 배고프다며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쟁점은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 문제가 아니라, 엄마가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드러내 놓았다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모유수유가 아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대기업과 일부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모유수유시설을 갖추겠다고 떠들어 댄지가 최근 일인데, 여전히 주변의 모유수유시설은 취약한 수준이다. 공공장소에선 쉽게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대개는 관리소흘로 위생상태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엄마는 미리 젖을 짜 우유병에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사회적 시선이 부담 되서 공공장소에선 쉽게 가슴을 내놓기도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50여년전 해방 전후와 한국 전쟁 당시 사진을 보면, 가슴을 드러내놓고 다니는 어머니들 모습을 사진을 통해 쉽게 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를 그린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가슴을 아이 있는 어머니만의 자부심과 아이와 상호 소통하는 곳으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어머니의 가슴 노출은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엔 자랑거리였다고 한다.
공공장소에 여성이 노출한 포스터가 나붙고, 길거리에서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홍보하는 나레이터 모델과 19라는 표지만 붙으면 가슴노출 정도는 문제도 되지 않는 케이블 방송이 TV만 켜면 나오는데, 공공장소에서 젖먹이는 엄마의 가슴 노출을 두고 논란이 이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인식의 저변에는 모성과 여성을 구별하지 못한 채, 여성을 ‘성’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각이 한몫 했다고 본다.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경제적 안정과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사람들의 관심은 여성의 모성보다는 성적인 코드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초등학생 어린아이를 성폭행하고 시신을 불태운 인면수심의 범죄가 발생했고, 어린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포르노도 범람하고 있다. 직장에서 여성동료 성추행 문제는 끊이질 않고, 회식에서 엉덩이와 가슴을 만진 사람을 ‘친밀을 위한 행위’로 이해된다면서 해고하는 것은 과하다는 법원 판결까지 나와 버렸다.
그 판사의 딸을 그랬다면 같은 판결이 나왔을지 의문이다. 내 딸과 내 아내, 내 가족만 제외하고는 여성 모두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규정해 버리는 이런 기가 막힌 관념은, 유교적 강박관념이 지배하는 우리 어른들의 근엄한 표정 뒤에 감춰진 그릇된 욕망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성들도 책임에서 비켜갈 수는 없다. 언론과 사회적 집단의 압력(Social Group Pressure)때문이라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녀부터 나이든 여성들까지 온통 외모 가꾸기에 몸짱, 얼짱이라는 말이 유행이 되었고, 전국의 성형외과는 몰려드는 여성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여성 연예인들은 성형수술 한 사실이 대단한 것인 양, 같은 성형외과에서 수술했는지, 서로 닮은 모습으로 속속 방송에 나타나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스스로 얼짱과 몸짱을 추종하고, 외모가 권력이 되는 현실, 쟁점은 다른 곳에 있는 신정아 사기 사건에서 신씨가 입고 있던 값비싼 옷에 관심이 집중되고, 그 옷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유행이 되어 버리는 전염병 같은 이런 관념은 스스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상품으로써의 ‘성(性)’으로 규정되려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누구에게나 ‘엄마’라는 이름은 마음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고 따뜻하고 포근한 안식처이다. 여성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짙은 화장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아니다. 그보다는 모성을 가득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아니겠는가? 그런 시각에선 가슴을 노출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에 대한 문제 이전에 여성들이 모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왜곡된 성 관념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미 초등학생 아이들도 인터넷을 통해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생생히 보고 알고 있다. 학교는 더 이상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가를 가르치는 것보다 상대의 성(性)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 더불어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가 라는 육아 문제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짧은 기간에 바뀌기는 어렵다고 본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사회교육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