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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 |
2007년10월25일(Thu) |
| 안용호<논설위원, 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본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은 백운 스님이 중국의 석옹 스님에게서 전수 받은 책을 중심으로 다른 책의 내용까지 인용하여 자신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직지심체’라는 말은 매우 어려운 말로, 가장 깊은 마음, 객관화할 수 없는 마음을 말하며 ‘불성’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다. ‘요절’이라는 말은 붓다나 그 뒤의 큰 스님들이 근본 마음인 불성에 대해 말한 것을 간추려 정리했다는 의미이다. ‘백운화상초록’이라는 말도 고려 스님인 백운화상이 중요한 것들만 간추려 작성했다는 뜻이다. 그러면 직지는 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가?
직지는 어지러웠던 구한말 프랑스 공사 콜랭드 프랑시와 그 밑에서 일한 모리스 쿠랑에 의해 20세기 초에 수집되어, 우리나라 다른 고서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기증된다. 이후 이 책들은 중국 문헌들 속에 섞여 도서관 지하에 쳐 박힌다. 그러면 어떻게 빛을 보게 되었는가?
1955년 서울대를 졸업한 생기발랄한 역사학도 박병선 박사는 프랑스 유학을 가기 전 스승인 이병도박사로부터 병인양요 때 극동함대 사령관 로즈제독이 약탈해 간 의궤를 찾아보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는다.
행인지 불행인지 열심히 공부하는 이 동양 여성을 눈여겨 본 국립도서관측에서 임시직으로 일해 볼 의향이 없느냐는 제안을 1960년에 받는다. 일하면서 60년대 말에 중국의 고서를 정리하던 중 직지를 발견하게 되고 1978년에는 의궤도 발견하게 된다. 직지의 뒷장에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되었다는 간기를 읽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더욱이 모리스 쿠랑이 ‘주조된 활자로 인쇄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한국 인쇄본이다’라고 쓴 글을 읽고는 더욱 놀란다. 경천지동할 발견이었다.
이에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을 알리려하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가 세계 최초로 알고 있는 그들에게 이상한 말로만 여겨졌다. 박사는 직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직지가 금속활자라는 것을 하나하나 밝힌다.
첫째, 글자. 금속활자는 같은 책속에서 똑같은 글자가 여러 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목판본은 같은 글자가 거의 없다.
둘째, 글자의 행간. 금속활자본은 행간이 비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목판본은 똑같다.
셋째, 새긴 자국. 목판본은 칼자국으로 나무결이 나타나기도 한다.
넷째, 금속찌거기. 금속 활자로 주조할 때 ‘너덜이’라고 하는 찌거기가 남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목판본은 없다.
다섯째, 글자의 획. 금속활자는 획이 가늘어질 수 있다.
여섯째, 인쇄 상태. 금속활자본은 목판 인쇄보다 오히려 흐리다.
박병선 박사는 위의 것들을 정리하여 직지가 순전히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그리고 1972년 유네스코가 ‘책의 해’로 정한 해에 국립도서관 측에서 세계의 고서를 모아 ‘책’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개최한 강연에서 한국의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식적으로 알린다.
이 책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귀중본으로 분류되어 동양문헌실 금고에 잘 보관되어 있고 우리가 보려 해도 보여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의궤는 TGV를 팔아먹기 위해 한 권을 가져와서 줄 의향을 하고는 지금까지 안 주고 있는 형편이다.
직지는 2001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발견한 시점으로부터 약 30년이 걸린 셈이다. 물론 직지 외에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많다. 한글, 글자 수가 5천만 자가 넘는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2억4천 만자가 넘는 승정원일기, 의궤 등이다.
라이프지가 지난 천년동안 있었던 것 가운데 가장 큰 일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을 꼽았다. 그러나 그 금속활자는 우리나라가 처음이고 그 금속활자의 기술은 북경을 거쳐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어 필자는 감히 금속활자로드라는 말을 썼다. 맥루한의 말처럼 금속활자의 발명은 ‘인간사의 혁명’이요, ‘개인의 발견’이다.
우리는 먼저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왕실이나 귀족사회 안에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급이 늦어졌고, 문화사적 꽃을 피우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과거를 거울삼아 새로운 시대의 장은 우리가 열어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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