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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막말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2007년10월25일(Thu) |
| 이승배(논설위원) |
지난 22일 감사원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막말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반말과 고성에 욕설은 기본이고, 중간에 일부 의원들이 집단 퇴장함으로써 결국 법사위원장이 휴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원들의 천박한 말버릇이 문제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민주, 평화, 개혁 운운했던 사람들이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 배짱 좋게 욕지거리를 날리는 모습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한 실수는 밝히지 않고, 오로지 국회 회의중, 대정부 질문 중에 일어난 막말만 찾아봤더니 “잔대가리 굴리지마”, “야, 이 새끼야”, “깐죽거리지마”, “깽판쳤네”, “앞에서 개혁을 외치며, 뒷구멍에서 하는 짓”, “개판”, “일개 비서관 주제에”등에 심지어 “죽여버릴테니까”라는 발언도 있었다. 이외에도 수도 없이 많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의원 ‘님’들이 금뱃지 달고 국회에서 직무상 행하신 말씀들이시다.
국회의원들 수준이 대개 이렇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들의 프로필을 살펴보니, 상당수가 국내 명문대학 졸업 또는 외국 대학 수료에 대학 최고정책결정과정수료, 각종 지역단체장, 협회장, 봉사회장, 조기축구회장, 동문회장, 당책임자 등으로 화려하게 적혀있다.
하지만, 명함 뒷면을 가득 채운 그런 식의 프로필이 그 사람의 ‘능력’과 ‘자질’을 증명해 주는지는 회의적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행한 직무 태도를 보면 그런 사실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오히려 허영심 강한 사람들과 교육수준이 낮아 내적 자긍심이 약한 조폭, 건달들이 근육을 키우는 고 명품과 고급 옷 등 외모에 집착하듯이, 겉보기에 화려한 프로필로 가득 채운 그들의 명함 역시, 가벼운 지적 능력을 덮어두고 싶은 ‘보상심리’에서 나온 위장술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문제는 이런 한심한 사람들이 선거에서 걸러지지 못한 채,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선거 때마다 돈과 조직, 지연, 학연등을 총동원한 얄팍한 수법으로 뱃지를 달았으니, 국회에서 욕설 날리는 그런 천박한 버릇 개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현행 선거법이 금품을 받은 자에게 50배의 과태료를 물림으로써 일부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막상 선거철만 되면 또 다시 현금살포 문제가 불거지고, 시내 식당마다 각종 모임으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일은 변할 수 없는 현실정치의 딜레마란 말인가?
이런 식의 조직선거, 금권선거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현행 선거제도와 정당정치의 실패가 한몫 했다고 본다.
도시를 예로 구청장과 구의원이 같은 정당소속으로, 선거 때마다 상호 조직지원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는 국회의원 조직, 국회의원 선거 때는 구청장이나 구의원 조직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낮은 투표율로 조직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당개입을 차단하겠다며 지구당을 없앴지만, 당원협의회를 뒀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런 식이니 이들의 공생관계에서 발생하는 담합의 장벽을 참신한 신인 ‘무소속’ 후보가 뚫기란 여간 어렵게 되었다. 결국 구태 정치인이 또다시 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4년 내내 조직 관리하고, 보궐선거 쫓아다니느라 바쁘신 몸이다 보니, 해마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민생법안이 수천 건이고, 겨우 처리되는 법안들도 구체적 논의도 생략된 채 수백 건씩 ‘만장일치-일괄처리’되어 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정치가 부패했다며, 투표에 불참하고 애써 외면하는 국민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교포들이나 태극기를 보며 눈시울을 적실뿐, 국내 거주하는 사람들 중 조국에 대한 감동과 자부심을 갖는 국민이 몇이나 있겠는가? 현충일날 태극기 내다 거는 집이 점점 사라져 가는 현실을 보면, 답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마음에 깊이 새겨진 국민들이라면, 정부공직자나 국회의원들이 욕지거리 해대고 국정을 망쳐놓는 동안 가만히 보고만 있었겠는가?
선거 때마다 돈과 선거밥에 매수되어 그들의 가면속의 추악한 얼굴을 뻔히 알면서도 또다시 밀어주는 국민들과 정치인간의 ‘묵시적 담합’이 오늘날 국회에서 욕지거리나 하는 국회의원‘놈’들을 양산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과거 부패정치인 낙선낙천 운동이 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선거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는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정치의사를 표현할 책임이 있다. 문제 있는 사람은 잘 기억해 뒀다가 반드시 낙선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선거에 불참하는 소극적인 태도는 국회의원‘놈’들이 직무를 태만히 할 수 있는 정당화 사유를 만들어 줄 뿐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제가 어려워져 생계가 힘들어 질수록, 정부와 국회를 욕할게 아니라, 두 눈을 부릅뜨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감시 감독해야 하는 책임이 결국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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