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을 말하고 또 지식의 의미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해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이다. 배우거나 연구하여 알고 있는 명석하고 확정적인 내용으로 과학적인 지식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지혜와 지식의 구별이 그다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과학적 지식으로 대표되는 소위 이론적 지식은, 아무리 많이 쌓여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해답을 주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알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힘겨운 지적 여행을 죽을 때까지 계속한다. 우리 사회는 지혜로운 사회일까? 아니면 지식이 많은 사회일까?
우리 주위를 보면 똑똑한 아이들은 넘쳐나지만 동네마다 어린이 놀이터는 텅텅 비어 있다. 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 그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창 뛰어놀아야 할 이들을 학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초등학생이 서너 개의 학원에 다니고 많으면 8~9개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란 점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는 진정 자식을 위한 일이라기보다 대개는 부모의 과시욕과 권력과 부를 향한 욕망 때문일 것이다.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 때부터 ‘펠트’니 ‘제트’니 하는 영어 능력시험에 매달리고 중고등학생들은 토플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도대체 이런 엄청난 일과를 어떻게 소화시키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하루 전부를 공부에만 투자하는 아이들이 삶을 어찌 이해할까. 청소년 시절 경험해야 할 공부 외의 다양한 세상은 외면한 채 공부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른 아이’가 되는 건 아닐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 올리기에만 집착하는 극심한 경쟁을 조장하는 풍토에서 성장한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는 지식은 많이 축적할지 모르지만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지식을 많이 축적한 머리 좋은 인재들이 저마다 자신만을 위해 주판알만 튕기며 계산적 인간관계만 추구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을지 모른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어린 아이와 청소년들은 각기 그 연령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많이 알고 똑똑하고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은 분명 나라의 보배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매사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이를 말해주듯 ‘무소유’란 책 내용을 보면 ‘책이란 한낱 지식의 매개체에 불과한 것이고 거기에서 얻은 것은 하나의 분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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