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위 파문에 휩싸였던 동국대와 단국대가 교원전원을 대상으로 학력(學歷)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유명인의 학력 위조 사실이 밝혀진 후 학벌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한국 사회의 병폐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학력을 우대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학력이란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중요한 과정이자 결과물인 까닭이다.
학력이 좋다는 사실은 그만큼 훗날을 위해서 제대로 준비했다는 증명이 될 수 있다. 좋은 학력은 사람에게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할 동기를 부여해 준다.
검찰은 학력을 위조한 인사에게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 사법처리에 나섰다. 그러나 가짜 학위를 법으로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검찰에 여러 건의 학력 위조 제보가 접수됐지만 공소시효 5년을 넘긴 것들이 많아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대학에서 수여하는 학위는 종류가 많고 수준도 천차만별이어서 사법 당국이 전면에 나서서 옥석(玉石)을 가리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가짜 학위는 대학이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대학 말고는 없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대학들이 학력을 위조한 사람들에게만 책임 전가에 급급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 미국 대학들은 교수 채용 때에 학위 수여한 지도교수에게 확인 절차만 거치면 곧바로 가짜 여부가 드러난다.
학생을 가르치고 학문을 탐구하는 대학에 가짜 학위가 발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발본 색원해야 한다.
대학 당국은 인재 등용에 있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걸 십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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