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교육의 핵심 ‘소프트웨어’이다. 책걸상을 바꾸고, 컴퓨터를 들여놓는 ‘하드웨어’의 혁신이 교육의 개선이 아닌 이유다. 교과서를 디지털화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이 그렇다. 디지털화 작업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바꾸기라는 전시행정으로 교육 현안에서 비켜가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쯤 초·중·고 교실에서 종이책과 공책이 없어지고, 아이들은 무거운 책가방에서 해방된다. 교과서와 문제집, 사전 기능까지 갖춘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신일 부총리는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종이교과서는 가이드북 정도로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칫 종이책과 값비싼 디지털 교과서를 함께 사야 하는 이중부담만 지울지 모른다. 학생들의 건강 또한 문제다. 컴퓨터가 일상화되면서 인터넷 중독증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컴퓨터 눈병'으로 불리는 브이디티(VDT)증후군이 만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조차 자식들의 컴퓨터 이용을 제한한다고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수업마저 디지털 교과서로 이뤄질 경우 건강이 어찌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졸업식장에선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가 합창된다. 물려받은 책으로도 얼마든지 ‘교육’이 가능하다. 물 로켓 발사대회에서 로켓에 규정에 없는 장식을 했다는 이유로 참가조차 못하고 눈물 흘린 아이들이 적지 않다. 교실 뒤편에선 절반이 책을 베개삼아 자고 있다. 교육부는 이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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