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서 청문감사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찰 비리를 옹호하고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오락실 관련 비리는 업주와의 친분관계로 인해 벌어진 실수이며, 음주 운전 경찰 처벌 수위가 너무 높으니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구속된 경찰이 늘어난 이유는 언론이 사소한 실수를 대서특필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청렴도를 높이자며 마련된 자리에서 경찰청장이 이런 말을 하다니, 제정신인가.
그는 국가 공권력을 책임지는 경찰 수장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본다. 경찰의 기본 업무는 법과 질서 유지에 있다. 이러기 위해선 경찰 스스로 높은 준법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공권력이 인정받는다. 경찰의 잘못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지 못하면 국민이 피해를 보고, 국가 공권력과 법질서가 무너진다.
우리 경찰의 청렴도는 아직 낮다. 2003년 이후 매년 1000명에 가까운 경찰이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저질러 처벌됐다. 지난해 말 국가청렴위원회의 304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선 하위권이었다. 그런데도 경찰청장은 사회에는 일정 수준의 범죄율이 항상 있다며 비리 경찰을 감싸면서 감사관들에게 규정에 관계없이 처벌 수위를 낮추라고 주문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존재한다. 국민의 재산 보호와 신변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임무를 띤 게 경찰공무원이다. 그래서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런 임무를 망각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거나, 직위를 이용해 시민을 괴롭히고 돈을 뜯어 챙기는 비리 경찰관들이 심심찮게 적발되는 게 유감스럽지만 현실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경찰도 청문감사관 제도를 운용하고, 언론도 엄격한 잣대로 보도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찰 총수는 부하 직원들이 민중의 지팡이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조직을 다잡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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