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를 이야기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공포심을 떠올린다. 한번 걸리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감시와 통제 위주의 에이즈 정책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몹시 충격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의 에이즈 예방법 개정안 가운데 성매매 여성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검사 의무화를 비롯한 핵심 조항의 삭제 및 보완을 국회에 권고했다.
이는 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다. 하지만 환자는 물론 전체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권을 침해할 소지가 없지 않다. 그래서 인권위가 권고한 대로 했다가는 에이즈 예방과 감염자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지나친 편견과 감시 일변도의 정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염자에 대한 지원과 예방 및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인권위가 유흥업소 종사자들에 대한 강제 검진과 검사 불응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신체의 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지적한 것은 한쪽만 보고 더 중요한 다른 쪽을 보지 못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감염자의 주소 이전 신고 의무 조항을 삭제하도록 한 권고도 현실을 무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인권위는 감염자가 콘돔 사용 같은 예방 조치 없이 에이즈를 전파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삭제를 권고했다. 이 역시 에이즈 확산의 심각성을 간과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반드시 인권위의 ‘유흥업 종사자 에이즈 검진 철폐 권고’ 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지난해에도 하루 2명꼴로 751명이 새로 발견됐을 만큼 감염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당국은 위험한 현실을 바로 보고 ‘에이즈 예방’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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