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검사들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반말 대신 경어를 쓰고 같은 질문을 지나치게 반복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를 어기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나 기소 결정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수사 심의위원회’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제이유그룹 로비의혹을 수사하던 서울동부지검 검사가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20여일 만에 내놓은 ‘수사관행 개선책’이다.
인천지검의 한 검사는 지난해 열 살 많은 피의자에게 “태도가 그게 뭐냐, 나가 이 ××놈아”라고 욕설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해 한 법정에서는 “검찰이 똑같은 질문을 오후 2시부터 밤12시까지 60여 차례나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몇 시간씩 조사실 벽만 쳐다보게 하거나 “입 냄새 나니 얼굴 돌리고 말해”라는 식으로 모욕을 받았다는 사례도 있다.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 최고 수사기관이라는 검사들에게 “반말하지 말라”는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 수준의 지침이 내려지기에 이른 것이다.
새 윤리강령과 수사 관행 개선방안은 검찰의 윤리의식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며, 구태의 수사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새로 만든 윤리강령과 운영지침은 사건 담당 검사가 변호인, 그 직원, 사건 관계인 등과 골프, 식사, 사행성 오락을 함께하는 행위와 여행 회합 등 ‘사전 접촉’ 행위를 금지했다. 추상적인 기존 강령을 구체화했다지만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다.
금품이나 향응 수수를 금지하고, 직위를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타인의 직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알선 청탁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도 쓴웃음을 자아낸다. 금품이나 향응 수수, 직권 남용은 윤리 문제가 아니라 범법행위다.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수사권까지 행사하는 검찰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검찰은 민주화 시대에 맞는 윤리의식과 인권의식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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